▲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 |
지난 주 있었던 프리덤팩토리의 대학구조조정정책에 대한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토론했던 분들의 발언 내용을 요약해서 재구성하면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
대학구조조정 정책이란 쉽게 말해서 대학들마다 교육부가 원하는대로 정원을 줄이라는 것입니다. 부실대학은 많이 줄이고 우수대학은 자율적으로 줄이라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대학이 교육부가 원하는만큼 줄여야 합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교육부가 대학에 주는 보조금을 끊을 테니 그들의 뜻을 받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원을 줄이라니... 정말 걱정도 팔자입니다. 입학생의 수가 줄어들면 대학의 정원은 자연히 줄어들 텐데 미리부터 이리 호들갑을 떨고 있군요. 생각해 보면 학생들이 줄어드는 것은 부실대학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80%가 대학을 갈만큼 대학에 대한 수요가 급팽창을 하다 보니 부실한 대학들도 많이 생긴 것이 사실입니다. 심지어 중국 학생들을 상대로 비자 장사까지 하는 부실대학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 대학들은 당연히 정리가 되어야 하지요. 그런데 학생이 줄어드면 교육부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그런 학교들은 학생을 구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자연스럽게 고사될 것입니다. 교육부가 할 일이 있다면 그런 부실 대학의 정리를 쉽게 해주는 것이죠. 지금 교육부가 추진하는 강제정원 감축 정책은 부실대학의 퇴출을 오히려 막습니다. 좋은 대학의 정원을 강제로 줄이는 만큼 부실대학의 퇴출은 지연되겠지요.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음에도 교육부가 강제 정원 감축정책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부실대학이라고 해도 문을 닫으려면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것이 두려워 미리 손을 써놓는 거라는 거죠. 아무튼 우리나라는 정치 만능의 세상이 되어 갑니다. 자유 같은 것은 씨가 말라 갑니다. 부실 대학의 퇴출조차도 정치가 결정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 프리덤팩토리가 최근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갖고 있다. |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입니까? 학생을 위한 정책은 분명 아닙니다. 학생들은 부실대학이 아니라 좋은 대학에 가길 원합니다.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좋은 대학의 정원을 줄여서 부실대학을 살리려는 교육부는 학생들 희생시키는 셈입니다. 아마도 대학구조조정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부실대학의 주인들일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연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테니 말입니다. 아 참, 부실대학이 있는 지역의 국회의원들에게 잘 보이려는 정책일 수도 있겠군요. 교육을 발전시키라고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이렇게 남용해도 되는 건가요.
교육부는 대학에서 손을 떼야 합니다. 대학의 속성은 자유입니다. 자유가 없는 대학에서 무슨 학문의 발전이 있을 것이고, 무슨 사상의 발전이 있겠습니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자유를 누리기는커녕, 대학이라고 부르기 창피할 정도로 공무원에 예속되어 있습니다. 원인은 돈 때문입니다. 등록금을 교육부가 못 올리게 묶어 놓았으니 대학은 재정을 스스로 해결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하게 되고 공무원들은 그 힘을 이용해서 대학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통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큰소리치던 교수들도 학교의 보직만 맡으면 공무원들에게 설설 기게 되는 거지요.
이제 대학정책의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교육부가 대학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대학에 직접 돈을 지급하기 때문이죠. 마치 자기 돈이나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것을 바꿔야 합니다. 그 예산을 대학에 가는 학생들에게 바우처의 형태로 나눠주고 학생들이 각자가 선택한 대학에 그 바우처를 납부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대학재정은 집행이 되면서 대학 교수들이 교육부 공무원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날 이유도 사라지지요. 그 대신 대학들은 새로운 경쟁을 펼치게 될 것입니다. 학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 말입니다. 학문은 더욱 발전하고 장학금도 늘어날 것입니다.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는 대학은 자연스럽게 도태가 되겠지요. 그것이 대학의 발전 과정 아닐까요? 한국 대학의 발전은 대학을 교육부 공무원의 손에서 해방시키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