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8월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북측 주최 환영만찬에서 북측 딸 안정순(70)이 남측 아버지인 안종호(100) 할아버지에게 음식을 먹이고 있다./사진=뉴스통신취재단
[금강산 공동취재단=미디어펜 김규태 기자]전국의 이산가족 생존자가 5만7000여명에 달하지만 직계가족을 만나지 못한채 한을 안고 생을 마감하는 사연이 비일비재하고 있다.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체결을 기준으로 해도 남북 양측 가족들이 헤어진 뒤 만으로 65년이 흘러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이산가족 3600여명이 매년 사망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3000명 넘게 세상을 떠났다.
기존 이벤트성 이산가족 행사가 한 차례 열려도 최대 200가구 상봉을 넘지 못한다는 물리적 한계로 인해 이산가족 생존자들 중 다수는 가족을 보지 못한채 고령을 이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0~22일간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도 김진수(87) 할아버지는 북측의 조카 부부를 만났지만, 고향 황해도 연백에 남았던 어머니를 비롯해 3남1녀 중 막내 여동생은 올해 1월에 세상을 떠나 만나지 못했다.
이번 우리측 이산가족 상봉단 전체를 놓고 보아도 김진수 할아버지처럼 직계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는 89가구 중 70여가구에 이른다.
이번 행사에서도 당초 93명이 선정됐지만 건강 악화를 이유로 4명은 상봉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7월31일 기준)에 따르면, 1988년부터 올해 7월까지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 등록한 13만2603명 중 생존자는 5만6862명이지만 지난 21차례 총 상봉 행사에서 북측 가족을 만난 이산가족은 2100여가구 뿐이다.
생존자 중 85%는 70세 이상 고령자다. 90세 이상은 21%이며 80세 이상은 65%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이산가족 생존자들의 한을 풀기 위해서라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의 상시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이번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이산가족 상봉을 더욱 확대하고 속도를 내는 것은 남과 북이 해야 하는 인도적 사업 중에서도 최우선적인 사항"이라며 "남과 북은 더 담대하게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기적인 상봉행사는 물론 전면적 생사확인, 화상상봉, 상시상봉, 서신교환, 고향방문 등 상봉 확대방안을 실행해야 한다"며 "오래전 남북 합의로 건설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건설 취지대로 상시 운영하고 상시상봉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관건으로는 북한과의 합의를 전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예외 인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또한 대면상봉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해 북측과의 합의로 즉각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전면적 생사확인을 비롯해 서신교환 및 화상상봉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남북에는 20여곳의 화상 상봉장이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
분단에 따른 이산의 아픔은 남북이 자리한 한반도 말고는 다른 나라 어디에도 없는 비극이다.
다음 달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줄 합의가 나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