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경제제재를 시행하고 오는 11월에는 원유수출까지 금지할 예정인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가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을 낮추고 미국산 도입을 늘리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정유사들은 전년 동기 대비 2.7% 많은 5억6000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시아·미주·아프리카·유럽 등에서 수입한 비중이 늘어났으며, 특히 미국산은 같은 기간 358% 늘어난 1410만배럴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수입량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부문 자회사인 SK에너지를 통해 올 1분기 330만배럴의 미국산 원유를 도입한 데 이어 2분기에 이를 더욱 확대, 올 상반기 총 800만배럴의 미국산 원유를 들여왔다.
SK이노베이션 미 오클라호마 광구/사진=SK이노베이션
올 1분기 275만배럴의 미국산 원유를 수입했던 GS칼텍스도 2분기에 도입량을 더욱 늘리면서 같은 기간 총 590만배럴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가 미국산 원유를 소량 들여오면서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대주주로 있는 에쓰오일을 제외한 국내 정유사들이 모두 미국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에 7638만배럴 들어왔던 이란산 원유량은 올 상반기 5001만배럴로 34.5% 줄었다. 이에 따라 중동산 원유의 비중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미국의 원유 수출금지 조치 해체 및 두바이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미 서부텍사스유(WTI)의 가격 경쟁력 상승 등을 꼽았으며, 미국의 이란 제재 해제 가능성을 낮게 본 것도 언급됐다.
올 상반기 국내 정유사들이 미국산 원유 도입량을 늘리고 이란산의 비중을 낮춘 것으로 드러났다./사진=한국석유공사
그러면서 이란이 핵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등 무기 개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경파가 의회를 장악하는 등 방향을 선회할 확률이 낮아 미국도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미국에서는 셰일오일 생산의 영향으로 WTI 가격이 내려가는 동안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 추진한 감산의 여파로 두바이유 가격이 WTI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 미국에서 국내까지 원유를 수입하는데 필요한 운송비를 감안해도 WTI 도입의 경제성이 높아졌다고 부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란산 콘덴세이트는 효율성이 좋고 가격이 낮아 국내 정유사들이 선호했으나, 이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경제성 등을 이유로 미국산 원유 도입량을 늘린 것이 대미 무역흑자 감소를 야기, 미국과의 통상마찰 해소 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과 같은 유전을 사용하는 카타르의 경우 국내 수출물량이 지난해 상반기 3176만 배럴에서 올 상반기 3340만배럴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