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최근 잇따른 ‘고용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학계, 시민단체, 소상공인 관계자 30여명이 ‘최저임금 폭주저지 시민모임’을 발족하고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한반도 인권·통일 변호사모임(한변)과 함께 내년 1월 발효되는 ‘최저임금 효력’을 저지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고시처분의 취소 및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제기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시민모임은 1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제약자 생존권 위협하는 최저임금 폭주 저지 토론회’를 개최했다. 조영기 국민대 초빙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는 시민모임의 공동대표인 김태훈 변호사,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소상공인연합회 가 참여했다.
최저임금 폭주 저지 시민모임이 1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제약자 생존권 위협하는 최저임금 폭주 저지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이근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김태훈 변호사, 조영기 국민대 초빙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사진=미디어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8년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됐다. 2019년에는 8350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년 사이 29% 급등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은 저소득층과 부담이 커진 소상공인들의 절규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시민모임은 취지문을 통해 “고용참사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괴물이 빚어낸 정책실패의 결과”라며 “고용대란과 소득분배를 경험한 만큼 이제는 ‘정책오류의 원천’인 소득주도성장의 타당성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통계를 ‘오독’하면서까지 소득주도성장을 왜곡·옹호했다”며 “‘근로자가구의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소득주도성장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는 견강부회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모임은 “근로자 가구에는 ‘무직 또는 자영업자 그리고 실업자’가 빠져있다”며 “그렇다면 그들은 국민도 아니냐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제외시킨 정책효과 분석은 ‘정책사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빚은 ‘고용참사’…시장 복수 불러
이근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한국외식업중앙회 종로구지회장)은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들의 분노를 모아 단체들을 규합,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를 결성하고 지난 달 29일 광화문에서 ‘소상공인 총궐기, 최저임금 제도 개선 촉구 국민대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때문에 못살겠다’며 폭우 속에 모여 ‘소상공인 국민이다’라고 외친 소상공인들의 절규에 정부 당국은 구체적인 답을 내놓아야 한다”며 “그러나 지난 20년간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떤 대통령이 집권하든 소상공인 정책에는 관심이 없다”고 토로했다.
또 “소상공인들의 세수가 증가한 것은 장사가 잘돼서 그런 것이 아니라 현금 사용보다 카드 사용이 증가하면서 세금 역시 증가한 것 뿐”이라며 “정치인들이 현장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부회장은 “5인 미만 사업장 소상공인 업종에 대해 규모별 차등 적용을 해야 하고, 최저임금위원회에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배정돼야 하며,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소정 근로시간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민모임 공동대표인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학자가 ‘폭주저지’와 같은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조금 서글프다”며 “그만큼 정부 정책이 경제원리에 반하고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토로했다.
신 교수는 “경제가 발전하면서 노동생산성과 소득이 증가했고, 그에 따라 평균임금은 증가돼 왔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억지로 임금 증가를 하겠다고 나서는데 이 같은 정책은 부작용만 낳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등 국가개입도 문제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손해를 입는 사용자를 정부재정으로 지원하는 정책은 재정건전성 훼손 등 더 큰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며 “포퓰리즘과 결합한 국가개입 정책으로 나라가 발전한 사례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질서 훼손
공동대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출범 2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는 그간 ‘54조원’의 예산을 집행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 8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3000명에 그쳤다”며 “이는 정부의 일자리 예산 투입으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조 명예교수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일자리 안정 자금 대책을 내놓은 것에 대해 “급여는 고용주가 지급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은 점을 지적, “임금은 생산성을 넘어설 수 없고, 넘어선다면 불특정 다수에게 그 비용의 전가를 용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동생산성 범위 내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정부의 불필요한 개입은 최소화된다”며 “시장에서 최저임금이 관행적으로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또 “법정 최저임금제도를 유지하려면 지역별, 산업별로 차등화 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동대표인 김태훈 변호사는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은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함이지만, 산업 전반을 고려하지 않은 급격한 인상은 부작용을 초래할 뿐 아니라 우리 헌법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너무 급격했고, 이 점에 대해 장하성 청와대정책실장 조차 지난 3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동의했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되지도 않았고, 정부가 사실상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개입했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지금과 같은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업황을 급격하게 악화시켜 이들 자신은 물론, 최저임금법의 직접 보호대상인 근로자에게도 고용절벽과 마이너스 고용위기를 초래해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몰각시킨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