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국정감사 첫날인 10일 여야는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앞서 보수 야당은 국회가 판문점선언을 비준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 맺었지만, 범여권은 국회 비준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뜻을 모았던 상황.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판문점선언 이행에 따른 ‘비용추계’의 불확실성을 들어 비준을 반대하고 있다. ‘남북관계발전법’에는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에 국회가 동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정부의 비용추계는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논리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강석호 한국당 의원은 10일 국감대책회의에서 “정부는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사업비 2986억 원이 추가 소요된다고 분석했으나 북한과의 부속합의, 공동조사 등 협의가 없어 비용추계의 근거를 알 수 없고 현실성도 없다”며 “남북관계발전법 제21조3항에 따른 ‘중대한 재정적 부담’의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했다.
8일 판문점선언 비준에 대한 당론을 모으기 위해 의원 워크숍까지 열었던 바른미래당 역시 비용추계를 문제 삼고 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9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의) 비용추계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비준하고, 판문점선언 후속 이행대책을 북한과 협의하며 여러 합의서가 나올 때마다 국회 비준을 받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관련해서 지난 9월 강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별도 비용추계를 의뢰한 결과도 ‘추계불가’ 였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관련 부처에 자료를 요청해도 ‘구체적인 계획을 현재로서는 확정할 수 없다’는 답이 왔다”며 “(북한과 추진할) 사업이 확정되지 않았고, 전제할 수 없는데 비용을 추계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8일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지지와 관련한 결의문을 내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비준안 처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가 조속히 비준안을 처리해 평화의 새 질서를 뒷받침해야 한다”며 “(한국당의 반대는) 냉전수구 세력의 몽니”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서울청사에서는 외교부를 상대로 한 국감이 열렸다.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감 모두발언에서 “판문점선언, 북미공동성명, 평양공동선언의 합의 사항을 바탕으로 남북관계 발전과 비핵화 달성이 상호 추동해 선순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민주당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판문점선언을 발표하고 있다./공동사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