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유럽 순방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책임 있는 국가 정상들과 만나 대북제재 완화에 설득에 나섰지만 오히려 ‘북한의 완전하고 불가역적이고 검증가능한 비핵화’(CVID) 요구를 받았다.
이런 반응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영국, 5차례 비상임이사국을 지낸 독일 정상으로부터 나왔으며,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12차 아셈(ASEM)정상회의에서는 CVID를 포함해서 북한인권 개선까지 요구하는 의장성명을 채택됐다.
CVID는 우리 정부가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말인데다 미국도 지난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CVID 대신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란 말을 써오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아직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문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등에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역할을 요청하면서 국제사회에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 해제’를 현안으로 제시했지만 예상보다 완고한 반응이 나오면서 다소 성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유엔 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각국 정상들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노력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공통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완전하고 불가역적 검증가능해야 한다는데 애착을 가지고 있고, 북한이 CVID를 위한 좀 더 확실한 행동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셈정상회의에서는 북한의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과 북한인권 개선까지 요구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아셈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평화체제가 동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와 안보, 안정에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북한을 향해 CVID를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대북문제 해결을 위해 진행 중인 각국의 외교적 노력이 북한의 인권과 인도적 상황 개선에도 기여해야 할 것이라면서 에둘러 북한을 향해 인권 개선에도 나설 것을 요구했다.
그동안 북한 문제 해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적 해결’에 보조를 맞춰왔던 유럽연합(EU)가 미국도 접어둔 카드인 CVID를 강조한 것은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이사회의 결정을 대외정책에 반영하는 원칙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결의에서 CVID를 천명했고, 이후 그 입장이 바뀌지 않았으므로 유엔 회원국 28개가 속한 EU도 그런 원칙을 따르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셈 의장성명에 판문점선언, 평양 공동선언과 북미 간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완전하고 신속한 이행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북한과 미국 간 새로운 관계 수립’이 결국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번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계기로 국제사회에 북한의 비핵화 노력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대북제재 완화를 공론화시킨 점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마크롱 대통령은 대통령께서 두 분만 따로 이야기를 하시면서 상당한 이해의 진척이 있었던 것으로 저희는 알고 있다”면서 “일단 EU가 갖고 있는 관심에서 한반도의 현재 진행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그리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많은 이해를 하셨다라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저는 많은 진적이 이루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12차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수행원들이 19일 오후(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이사회본부 내 유로파 빌딩에서 도날드 투스크(Donald Tusk)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클로드 융커(Jean-Claude Juncker)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EU 관계자들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청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