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비준한 것을 두고 “모법(母法)이 만들어지기 전에 시행령부터 공포한 상황이고, 애 낳기 전에 출생신고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일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정작 선행합의에 해당하는 판문점선언은 아직 비준동의도 이뤄지지 않은 마당에 후속합의인 평양선언과 군사합의는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다”며 이처럼 밝혔다.
그는 특히 “청와대가 명백하게 헌법을 위반하는 것도 모자라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헌법에 명시된 것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발췌 적용하려는 작태라는 점을 지적한다”며 “대통령 스스로 헌법절차에 위배되는 행위를 자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헌법의 권위도 부정하고 헌법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DJ(김대중) 정부 때 햇볕정책에 따라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이 채택된 이후부터 2004년 사이 남북 간 체결된 경제협력 관련 4개 합의서는 국민 재산과 권리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내용이 포함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회의 동의절차를 밟는 등 조약에 준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의 외교·안보적 중대 사안을 놓고 법제처의 인위적이고 자의적인 유권해석은 국익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비준동의 여부는 국회의 논의를 통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부연했다.
김 원내대표는 “우리 헌법 제60조1항은 국가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강화조약 등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체결에 대한 비준동의권을 가진다”며 “심각한 것은 대통령의 비준행위가 국가의 헌법적 절차를 무시한 위헌적 행위라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역설정, 포사격 기동훈련 금지, 군사분계선 주변 공중 정찰 활동 등 구체적 군사조치를 명시한 군사합의는 명백하게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사안”이라며 “청와대나 법제처는 줄곧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만 둘러대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원내대표는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사안을 포함하는 판문점선언조차 부실한 꼼수 비용추계로 비용추계안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중인 마당에 국가 안위에 중대한 안보적 사안을 포함하는 부속합의를 일방 비준하는 것은 국회 패싱이자 국민 무시”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천문학적 수치의 재정적 부담을 수반하고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안보 사안을 대통령이 일방결정하도록 야당이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을 눈속임하지 않는 명확한 비용추계,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무장해제를 본질로 하는 군사합의에 대해 국회차원에서 조목조목 따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어제(23일) 국무회의 심의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야권공조를 통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검토할 것”이라며 “대통령과 청와대의 초헌법적이고 독단적인 결정에 대해 야당으로서 강력히 대처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처분신청 시기 등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신청서 등은) 준비돼 있다”며 “오늘 좀 더 세밀하게 검토를 마쳐서 확고한 (법적) 뒷받침 속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