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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달러의 역사7] 확산되는 환율전쟁...막을 수가 없다

2018-11-20 12:37 | 윤광원 취재본부장 | gwyoun1713@naver.com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국가 간 두 번째 환율전쟁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계속되던 지난 2010년 발생했다.

이번에도 미국이 '주인공'이었다. 이번에는 특정 '타깃 국가' 없이 미국은 세계 각국과 '좌충우돌'했다. 시작은 브라질이었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2010년 2월 1일부터 10월 13일 사이 미 달러화 대비 13.4% 상승했다. 외국자본이 몰린 탓이다. 브라질은 헤알화 평가절상으로 수출경쟁력 하락과 기업이익 감소를 겪었다.

기도 만테가 당시 브라질 재무장관은 그 해 9월 헤알화가 평가절상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각국의 통화 절하 움직임을 비판했다.

반면 달러화 지수는 6월부터 10월까지 13.2% 하락했다.

각국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연준은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을 1주일 앞둔 11월 3일 제2차 '양적완화'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과도'한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흘러들어가 '금융안정'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전통 우방국 독일도 미국 비판대열에 가세했다. 미국 재무부가 세계 경상수지 균형에 대해 예시적 '가이드라인' 도입을 제안했기 때문.

경상수지 적자나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4%를 넘는 국가는 '국제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었다.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면 미국의 '목표'가 된다. 중국과 독일이 이에 해당했다.

환율전쟁의 무대는 G20 정상회담이 열린 우리나라 서울로 옮겨졌다. 선진국 간에도 불이 붙었다.

각국은 미국 통화정책을 앞다퉈 비판했다. 연준의 양적완화는 '의도적'으로 다른 나라의 성장 잠재력을 훼손한다고 공격했다. 중국은 '신흥국 대변자'로 나섰고, 미국 등 선진국은 신흥국이 '외환시장 조작'을 통해 자국 통화를 절상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은 양적완화를 옹호하면서, 신흥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 흐름은 '시장 변동환율제'를 이행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연준은 각국의 비판에도 불구, 제3차 양적완화까지 강행하면서 달러 유동성을 풀었다.

달러 약세가 계속되자 투자자들은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화에 눈을 돌렸다. 스위스 프랑과 엔화 가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1년 말까지 각각 17.4%, 31.2% 상승했다. 스위스와 일본은 통화 절상 속도를 늦추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달러화 '무제한' 매입을 선언했고, 일본은행은 미 연준의 3차 양적완화 직후 자산매입 규모를 확대했으며, 유럽중앙은행(ECB)도 2012년 8월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선진국들의 경쟁적인 통화완화 정책으로 넘치는 자금이 신흥국으로 행했다. 신흥국도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각국은 자국 이해에 따라 움직였다"면서 "환율전쟁은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의 부를 빼앗는 '제로 섬 게임'이다.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분위기에서 가만히 있을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국가 간 환율전쟁을 막을 수는 없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개입에 실패했다.

IMF는 2007년 6월 각국 환율정책에 대한 감독 절차를 변경, 제재를 도입하기로 했다. 중국을 겨낭한 의도가 다분했다.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IMF의 대주주인 '미국이 배후'에 있다고 믿었다.

중국은 즉각 IMF와의 양자 협의를 중단했다. 중국과의 협의 없는 환율 감독 체제 변경은 의미가 없다. IMF는 결국 이를 포기했다.

IMF는 중국에 대한 '압박 수단'이 별로 없다. 아시아 외환위기 당사국들과 달리, 중국은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다. 중국이 IMF에 손을 벌릴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이를 지켜 본 세계 각국은 IMF가 환율 질서를 정립할 '힘'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IMF는 환율 평가절하 경쟁을 제어할 수 없게 됐다. 이제 '각자도생'이다.

중국은 2015년 8월 위안화를 1.9% 평가절하했다. 이는 환율전쟁 '동참'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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