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박근혜 정부 때 문제없다고 판단했던 사안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뒤집힌 게 회계 원칙이라고 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회계학회와 한국회계기준원이 23일 오후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2층 루비홀에서 '원칙중심 회계기준과 회계'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시민이 토론자들을 향해 이 같이 물었다.
당초 금감원은 지난 2016년 12월 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와 관련된 질문을 한 것에 대해 "문제없다"고 회신한 바 있다. 지난해 초 국회에서 이 문제가 제기됐을 때도 "문제없다"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금감원은 지난 5월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를 위반했다"며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를 '고의 분식'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 번복'에 의문을 품은 질문자는 "박근혜 정부 때 '문제없다'고 판단했던 위원들이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판단이 번복된 상황을 보고) 우리 국민들이 회계학을 어떻게 바라봐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질문자는 "'원칙 중심'이라는 말과 '감독 징계'라는 말이 매치가 되지 않는다"며 "징계를 한다는 것은 법정주의처럼 명확한 룰을 가지고 하는 건데, 명확한 룰이 아닌 '원칙'을 가지고 징계를 한다는 건 이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회계학회와 한국회계기준원이 23일 오후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2층 루비홀에서 '원칙중심 회계기준과 회계'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오른쪽부터)김상원 금융감독원 국장, 김종일 가톨릭대 교수, 손영채 금웅위원회 과장, 이동근 한영회계법인 부대표, 이태홍 두산 부장 /사진=미디어펜
이 같은 질문에 대해 토론자들은 별도의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상원 금융감독원 국장, 김종일 가톨릭대 교수, 손영채 금웅위원회 과장, 이동근 한영회계법인 부대표, 이태홍 두산 부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앞서 토론에 나선 이동근 한영회계법인 부대표는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업이나 감사인, 감독기구의 '의도'가 들어갔을 경우 회계가 왜곡이 된다"며 "운영 주최가 '회계기준'을 유일한 판단 기준으로 가져갈 때 '원칙 회계'가 자연스레 실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2011년 우리나라에 도입된 '원칙 중심의 국제 회계기준'이 다양한 해석 차이를 가능하게 하는 회계처리방식임에도 '사후적 결과'를 통해 규제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영한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삼성바이오 관련 문제도 다양한 해석 차이로 발생한 문제의 하나"라며 "삼성바이오 상정 전 심사 과정에서 명확한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지적이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도 회계 감독의 사후 조치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 지적했다.
전 교수는 "세부지침 없는 원칙 중심 회계기준 적용으로 사후 조치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다"며 "회계기준은 원칙 중심인데 감리보고서에 대한 감리는 원칙 중심이 아닌 규정 중심으로 이뤄지고 사후 적발 및 징계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계감독체제를 '사후 적발과 규제' 중심에서 '사전 예방적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회계처리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을 존중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 회계처리와 회계 감사 시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