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 내 물류사 2곳(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로지스틱스)의 합병을 주문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롯데그룹은 합병을 통해 연간 매출 3조원 규모의 대형 물류사를 키워내겠다는 목표다. 이번 합병으로 롯데와 업계 1위 CJ대한통운(매출 5조원)과의 매출 격차는 약 2조원 대로 좁혀지게 됐다.
28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롯데지주는 이사회를 열고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 합병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존속법인은 롯데글로벌로지스이고, 소멸법인은 롯데로지스틱스다. 양사의 합병기일은 내년 3월 1일이다.
롯데그룹은 합병을 통해 연간 매출 3조원 규모의 대형 물류사를 키워내겠다는 목표다. /사진=롯데글로벌로지스 제공
업계에서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합병이 CJ대한통운과 한진 등 경쟁사들에 위협요인이 될 지 주목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은 CJ대한통운(46%)이 1위를 고수하고 있고,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택배가 모두 12%대로 ‘1강2중’구도를 형성 중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택배‧포워딩(배송대행업) 등이 주력인 3자 물류회사지만 롯데로지스틱스는 그룹 내 물류 유통을 주업으로 하는 2자 물류회사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각기 다른 사업 구조와 핵심사업을 가지고 있었던 두 회사의 합병으로 양사 시너지와 외형 성장 확대가 예상된다”고 합병 배경을 설명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 합병 배경은 양사의 부진한 실적과 미래 성장성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내 물량 90%를 담당하는 롯데로지스틱스는 연간 매출 총 이익률이 4%에 달하는 반면 금융비용 증가와 판관비 등 비용증가가 겹치며 영업이익률이 매년 감소세를 지속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롯데그룹 편입 첫해(2017년) 영업손실 174억원, 순손실 297억원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 기준으로도 104억원의 손실을 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연간 손실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업계에서는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가 합병할 경우 연간 매출 규모가 최대 4조원대로 커져 업계 1위 CJ대한통운과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롯데측은 또 합병 이후 3000억원 규모의 메가 허브 터미널 구축을 예고한 만큼 택배사업 수익성 개선도 꾀하고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메가 허브 터미널의 가장 큰 장점은 원가 절감”이라며 “택배업의 필수 요건인 '규모의 경제' 실현과 '원가경쟁력 개선' 등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물류업계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로지스틱스와의 합병을 계기로 한진을 제치고 단독 2위 자리를 굳힐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롯데로지스틱스가 기존의 택배 시장에서 차지하는 포션이 크지 않아 시장 점유율 증대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로서는 인수합병을 통한 외형성장이 가장 유력하다. 신동빈 회장은 경영 복귀 이후 첫 회의에서 계열사 전반의 M&A 등 투자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이번 합병으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그룹 내 매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의 논란도 풀어야 할 숙제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불리기를 실현할 경우 1위 CJ대한통운과 충분히 겨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