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3시15분(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한미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청와대는 30일 오후 4시30분쯤(우리시간) 출입기자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공지를 통해 이같이 밝혔지만 이날 한미 정상회담을 놓고 ‘격하 논란’이 벌어졌다.
발단은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아르헨티나로 향하던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밝힌 ‘풀 어사이드’(pull-asides)란 말 때문이다. 샌더스 대변인은 동행기자들에게 “미러 정상회담은 취소됐고, 터키와 한국과는 ‘공식 양자회담’(formal bilaterals)이 아닌 ‘풀 어사이드’(pull-asides)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풀 어사이드는 의전이 수반되는 정식 회담이 아니라 회담장을 빠져나와 회담장 옆에서 갖는 약식회담을 뜻한다. 배석도 양 정상 외 통역 정도만 참석해서 격식없이 접촉하는 회담이다.
그러자 AP통신 등 외신들이 “격이 낮아졌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오후 2시16분 자신의 트위터에 “명확히 하자면, 한국·터키와의 회담은 여전히 예정돼 있으며, 취소된 게 아니다(still on the schedule and have not been canceled)”란 글을 올렸다. 하지만 ‘격하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도 긴박하게 대응하면서 “배석없는 일대일 회담이 더 좋다”며 정상회담의 격이 낮아진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 취소 소식을 전하면서 터키와 더불어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굳이 ‘풀 어사이드’란 말을 써서 함께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아 있다.
백악관은 미러 정상회담의 취소 이유에 대해 지난 25일 러시아 해양경비대가 흑해와 아조프해를 잇는 케르치 해협을 통과하려던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2척과 예인선 1척을 무력으로 나포한 것에 대한 항의 차원이라고 밝혔다.
또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발표에서 미‧일 양자회담과 미·일·인도 간 3자정상회담은 정식회담 형태로 열리는 것을 재확인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만찬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의전’과 ‘격식’이 중시되는 외교무대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풀 어사이드’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북핵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멀어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계기로 시진핑 주석과 만나 ‘글로벌 무역전쟁’을 타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중국과의 관계 속에서 북한 문제도 풀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이후의 세계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미중 간 무역전쟁에 골몰해 있는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을 성사시키기 위한 양해를 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남북관계의 속도 조절을 원하는 미국을 설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정상회담이 혼선을 빚은 것과 관련해 청와대는 당초 양국이 원하는 날짜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당초 미국 측이 제의해온 시간은 토요일 오후 2시(한국시간 2일 오전 2시)였지만, (다음 방문지인) 뉴질랜드도 국빈방문이라 도착 시간을 마냥 늦출 수 없어 우리 측에서는 금요일을 선호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2018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현지시간) 군부 독재 시절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라플라타 강변에 마련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희생자 가족들과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5월광장 어머니회'로 알려진 희생자 가족들은 군부 독재 시절 희생된 3만여명의 젊은이들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41년간 매주 목요일 마다 항의 집회를 열어왔다./청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