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에서 올해 중순부터 끌어온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일종의 '휴전'을 갖기로 합의했지만, 양측은 결이 다른 입장을 내놓아 향후 90일간의 협상에서 합의 여부를 놓고 험로를 예고했다.
AP·AFP·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팔라시오 두아우 파크하얏트호텔에서 업무만찬을 갖고 무역분쟁을 포함한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정상회담 결과에 따르면 미중 양측은 내년 초부터 미중간 관세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게 됐지만, 구체적 합의 없이 추가관세 부과를 보류하고 90일간 무역협상을 재개하는 '조건부 휴전'을 맺어 절충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미중 정상회담 직후 성명을 내고 "양 정상이 향후 90일간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펜타닐 규제약물 지정·중국의 미국측 농산물 구매 합의·지적재산권 보호 및 비관세장벽 대한 협상 시작 등 합의 내용을 언급했다.
다만 백악관은 성명에서 이러한 내용을 설명하면서 "이 기간(90일)이 끝나고 당사자들(미국과 중국)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10% 관세가 25%로 인상된다"고 밝혀 미중 무역전쟁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 정상 만찬에 배석했던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적절한 시기에 양국 상호 방문을 하기로 동의했다"며 "(양 정상에게)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책임이 커지고 있다. (양측은) 차이보다는 공통의 이익이 더 많다"고 말했다.
특히 왕이 외교부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합의를 통해 미중 양국은 경제적 마찰이 더 확대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고 상생협력을 위한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언급해 '미중 무역갈등이 봉합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2월1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팔라시오 두아우 파크하얏트호텔에서 업무만찬을 갖고, 무역분쟁을 포함한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사진=댄 스카비노 미국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공식트위터 제공
당초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미국이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 양측은 치킨게임 양상의 무역전쟁을 벌여온 가운데, 90일간의 잠정적 휴전을 갖기로 결정한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측간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앞서 미중 무역전쟁의 격화로 중국은 실물경제에 극심한 타격이 가해졌고, 미국의 경우 실물경제에 이상은 없었지만 증시가 급락하는 등 피해 조짐이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중국의 11월 제조업 관리구매자지수 등에 따르면, 중국은 무역전쟁 후 처음으로 제조업 성장이 멈췄고, 미국 금융시장에서 지난 10월 다우지수는 전고점 대비 20% 급락했고 11월 들어 낙폭을 만회했지만 전고점에서는 먼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계는 이에 대해 미중 무역전쟁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겹쳐지면 전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 또한 별도의 성명을 내고 "지난 이틀간 G20 정상들과의 회동에서 글로벌 성장세가 강하지만 무역긴장이 부정적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최근 발표된 (미국과 중국간) 관세들이 계속 부과되면 2020년까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0.75%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무역전쟁을 실제로 봉합할 공은 미중 무역협상단에게 넘어왔다.
미국측은 기존처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대표단을 이끌 것으로 유력하게 관측되며, 중국측은 류허 중국 부총리가 대표단과 함께 워싱턴DC를 찾아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년 만에 재개되는 미중 무역협상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