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재계의 내년 경영 기조가 ‘안정’에서 ‘방어’로 바뀌는 모습이다. 국내외 시장에서 이상 신호가 잇따라 포착되는 가운데 경제 성장률도 올해 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 되는 등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KERI 경제동향과 전망: 2018년 4/4분기’ 보고서를 통해 내년 국내 경제 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5%다.
17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에 미세먼지가 가득하다. /사진=연합뉴스
이는 정부(2.8%)와 한국은행(2.7%)의 내년 국내 경제 성장률 전망보다 4~3%포인트 낮은 수치다. 정부보다 민간에서 내년 경제 상황을 더 비관적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의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은 각각 2.8%, 2.6%다.
내년에 수출 증가세 둔화와 내수 부진 등 ‘더블 악재’가 국내 경제의 성장흐름 약화를 주도할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경연은 이미 둔화추세에 진입한 설비투자는 기존 증설설비에 대한 조정, 설비증설 유인부족, 금리상승으로 인한 자금조달 부담 등으로 내년에 둔화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 역시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억제정책과 사회간접자본(SOC)예산 감축 등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우리 경제를 떠받친 반도체 등 수출도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 수출상대국들의 성장률 둔화, 미·중 무역갈등의 장기화, 반도체 단가의 하락세 등 교역조건 악화가 수출증가율 둔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한경연은 분석하고 있다. 민간소비도 정부의 지속적인 소득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심리 악화, 가계부채원리금 상환부담 증가, 자산가격 하락 등으로 올해보다 성장이 둔화될 전망이다.
한경연은 “대내적으로는 자산가격 급락, 고용시장 악화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노동시장 유연성 약화에 따른 생산성 하락이 예상된다”며 “대외적으로는 반도체단가 급락, 국제자본시장 불확실성 증대, 무역마찰 장기화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 가능성 등이 성장의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수출화물이 선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재계는 내년에 대한 걱정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업안전△보건법 △상법 △공정거래법 등이 기업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황에서 대내외 불확실성까지 확대되는 상황이다.
올해 정기 인사에서 핵심 경영진의 움직임을 최소화한 대기업들이 많았다. 재계에서는 기업들이 내년을 준비하면서 안정 경영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안정보다 방어에 무게를 싣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일부에서는 사실상 확정됐던 투자를 재검토 하고, 희망퇴직 등을 실시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영진들이 최근 신규 생산설비 투자 등에 더욱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최종 단계에서 결정이 늦춰지거나 드롭(취소) 되는 경우도 예전보다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초보다 더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