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응 경총 전무 |
당시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도 과거에는 노사합의로 통상임금에서 제외시켰던 점을 인정해서 소급분에 대해선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바로 신의칙의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법원의 판결을 비웃기라도 하듯 현장에서 일부 노조가 통상임금의 소급분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노사간 통상임금을 둘러싼 갈등과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이루어졌던 근로시간이나 임금 수준의 결정은 노사가 함께 만들어낸 합의와 절충의 산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통상임금에 대한 각종 관행과 합의를 무효로 돌리면서 임금협상을 난항으로 끌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노동계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무조건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고 과거 3년간 소급분 지급을 요구하면서 파업 불사를 예고하고 있다. 우려했던 대로 통상임금 문제가 고임금의 대기업‧정규직 근로자와 기업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영세‧중소업체 근로자간, 업무의 특성상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근로자와 그렇지 않은 근로자간 양극화를 오히려 심화시키는 잘못된 촉매제가 되고 있다.
한국GM 노조가 지난 9일 전체 조합원 69.3%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고 르노삼성도 파업을 결정했다. 한국GM 노조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파업에 이어 또다시 해당업체와 국가경제를 볼모로 하여 자신들의 요구안 관철에 나섰다. 국내 자동차 산업이 환율하락과 내수침체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을 진행할 경우 국가경제의 악영향이 우려된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환율하락과 내수침체로 위기를 맞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국내 자동차 산업 매출이 4200억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원·달러 환율이 100원 이상 하락한 것을 감안한 자동차업계의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내수침체로 국내 자동차 시장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차 비중은 10년 동안 무려 10.4% 증가했다. 심지어 올해 6월에는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15%를 돌파하며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국산차의 존립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 현대차 기아차노조가 과도한 임금인상과 과거 수년간의 상여금의 통상임금 소급적용등의 요구를 하면서 파업불사를 선언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이미 동일한 요구를 하면서 파업을 결정했다. 자동차산업이 원화절상과 내수침체, 수입차의 대거 잠식 등 3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마저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명분없는 파업을 하루속히 풀고, 대화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위협받으면 노조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는 부메랑의 법칙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출정식을 갖고 있다. |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15만9614원 인상, 통상임금의 500% 성과급 지급, 정기상여금 및 각종 수당의 통상임금 산입 등 무리한 요구로 일관하고 있다. 통상임금과 관련해서는 기업의 경영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정기상여금은 물론 휴가비, 개인연금, 복리후생비까지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통상임금 포함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한국GM의 인건비 총액은 무려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가 존립할 수 없는 수준의 요구인 것이다.
이러한 요구는 국내에서 더 이상 자동차 생산을 하지 말라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 동시에 노조는 생산물량 확보 등 고용안정 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무리한 요구를 지속하면서 국내 공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노조가 물량 배정을 요구하며 다시 파업을 진행하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노조는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파업을 강행할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에게 파업자제를 당부하며 GM 본사 관계자들에게 물량 확보를 납득시킬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던 한국GM 대표이사의 말부터 주의 깊게 경청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산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금속노조는 국가경제를 볼모로 자신들의 집단이기주의를 충족시키려는 명분 없는 파업의 강행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대기아차 노조도 과도한 요구와 투쟁의 위협을 접고 합리적 수준 협상타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도 통상임금 문제로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는 사업장의 경우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교섭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