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노동당 중앙청사 집무실에서 소파에 앉아 2019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완성된 핵보유국으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제재 완화를 촉구해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를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지난 연말까지 주목받았던 ‘서울 답방’은 신년사에서 언급하지 않아 김 위원장은 4차 남북정상회담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먼저 할 의지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6.12 조미 공동선언에서 천명한 대로 두 나라의 요구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며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 왔다”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은 “우리의 주동적이며 선제적인 노력에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하는 실천 행동으로 화답에 나선다면, 두 나라 관계는 보다 더 확실하고 획기적인 조치들을 취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훌륭하고도 빠른 속도로 전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핵보유국으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김정은의 신년사는 핵보유 지도자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핵포기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더 이상 핵을 제조, 시험, 사용, 전파하지 않겠다는 것은 핵을 보유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을 요청하면서 동시에 “인내심을 오판해 제재를 지속할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며 으름장도 놓았다.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면서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강온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모습을 강요하려 들고,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이날 남한을 향해서도 국제사회의 제재완화 조치 이전에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언급해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하였던 남측 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 하는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 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북한이 핵개발을 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가 지속될 때에도 남북이 유지해왔던 경제협력인 만큼 문 대통령의 용단과 트럼프 대통령의 양해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우선 재가동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말로 언제든지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압박하고, 한미훈련 중단과 전략자산 전개 중지 등을 촉구하면서 미국의 개입 중단도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북과 남이 평화와 번영을 확약한 이상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 전략자산과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주장”이라고 말해 현재 한미 간 군사훈련이 유예된 상황에서도 더 나아갈 것을 요구했다.
전성훈 객원연구위원은 “미북관계 개선과 완전한 비핵화를 구실로 한미훈련중단, 전략자산 전개중지 등 미국의 힘을 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면서 “미국이 호응하지 않으면 핵개발을 공개적으로 재개하겠다고 위협하는 가운데 국제제재 장기화에 대비한 자립경제, 자력갱생도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 연구위원은 “이 과정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우리민족끼리를 앞세워 한국을 적절히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드러냈다”며 “결국 2018년의 대남, 대미 전락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내용으로 볼 때 당장 1월에 서울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대신 김 위원장은 새해 이른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대북제재 문제를 풀어보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신년사를 발표하기에 앞서 30일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발신한 것도 이런 계획을 전하기 위한 것으로 특히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내년 상황을 주시하며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제재 완화를 이끌어낸 이후 남북경협을 본격화시키는 계기로 삼기 위해 서울 답방을 시도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