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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식 비핵화' 공 넘겨받은 트럼프 '선택의 기로'

2019-01-02 13:17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협상이 잘 안될 때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신년사 전반에서 이른바 ‘북한식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김 위원장이 스스로 핵보유국 입장에서 제재 완화만 요구하고 있어 미국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이다.

특히 태영호 북한 전 공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마저 어둡게 내놨다. 태 전 공사는 2일 자유한국당 국가미래비전특별위원회(위원장 오세훈)가 주최한 정세분석 간담회에 참석해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회담 전까지 미국과 북한 사이 타협점이 보이지 않는다면 차라리 2차 회담에 나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도 “북한은 핵 보유를 위해 3대에 걸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북한은 핵보유에 성공한 파키스탄 형태로 이 문제로 풀어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이 얘기하는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는 주한미군과 ‘핵우산’이 우선 제거돼야 한다는 논리를 전제로 한다”며 “자신들의 위협 요소가 제거되면 비핵화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이 현실적으로 이득이 없을 때 회담에 나설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과 관련해 서울 답방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태 공사는 “김정은이 제일 관심을 갖는 것은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와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이 현실적인 이익이 되는 부분"이라며 "만약 이것이 재개되는 돌파구가 열린다면 서울까지는 아니어도 판문점에서 4·5차 남북정상회담을 하자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김정은의 서울 답방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기는 하지만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진척이 없다는 비판 속에서는 쉽사리 올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답방 때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조치 약속을 하지 않으면 문재인 대통령도, 김정은도 모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북한이 핵보유국 선언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 있다. 김 위원장이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 왔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김정은의 신년사는 핵보유 지도자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핵포기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더 이상 핵을 제조, 시험, 사용, 전파하지 않겠다는 것은 핵을 보유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올해 2~3월로 예상되고 있는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김 위원장 신년사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특히 국무부는 “논평할 기회를 사양한다”는 입장을 밝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도 북한이 위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을 잘 깨닫고 있는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고대한다”고 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아 두 번째 북미 정상 간 만남에 파란불이 켜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한을 향해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미국을 향해서는 제재 완화와 한미군사훈련 중단까지 명확하게 주장한 만큼 북미 실무당국자 간의 치밀한 조율없이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 고위급회담 개최 여부가 첫 번째 관건이 될 것으로 올해 초 북미 대화가 일정하게라도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동북아 정세는 더 어려운 국면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졌다./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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