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판매 부진 등의 여파로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대 아래라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삼성그룹이 체질개선을 위한 기지개를 켤 전망이다.
업계는 이를 두고 사실상 삼성의 구조조정이 본격화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 삼성 서초사옥 / 뉴시스 |
삼성그룹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감사팀)은 최근 실적 부진으로 인한 ‘어닝쇼크’ 등 그룹 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삼성전자 계열사에 대한 경영진단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한 이후 줄곧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번 2분기 실적은 이미 수차례 하향조정이 이뤄졌던 시장 전망치보다도 더 낮은 것이어서 충격을 안겼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7분기 만에 처음으로 8조원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IM 부문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해결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이는 IM 부문 실적에 따라 좌우되는 시스템LSI와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의 실적 부진이 반증하고 있다.
삼성은 실적악화의 중점 원인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판매 감소와 원화강세를 꼽고 있다. 더불어 재고 감축을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 무선 제품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시스템LSI와 디스플레이 사업 약세 등의 영향 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실적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입원이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포스트 이건희’로 회자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행보에 촉을 세우게끔 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지나친 쏠림 현상을 지우는 것이 이 부회장의 가장 큰 과제로 남게 된 셈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감사팀은 우선 삼성전기의 사업에 대한 경영진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의존도가 가장 높은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회사에 시급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실 삼성전기는 지난 1월 시장의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실망스런 성적을 내놨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 줄어든 1조7101억원, 영업손실은 359억원 기록하며 적자전환을 한 것이다. 전체 매출은 8조2566억원, 영업이익은 46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며 전체 매출의 50%에 달하는 높은 의존도가 문제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 전분기 대비 18.23%나 감소한 영업이익을 낸 바 있다.
삼성전기를 대상으로 한 경영진단 다음 계열사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거론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1조1200억원으로 최고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3분기부터 급감하고 있는 추세다. 심지어 올해 1분기에는 800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 분기 대비 무려 173% 감소했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패널 수요 감소와 세트업체들의 구매 감소로 실적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TV패널은 전분기 대비 10% 가량 매출이 줄었고 판매단가도 4% 정도 줄었다. 태블릿을 포함한 IT패널 수요도 전분기 대비 12% 줄었고, OLED 역시 비수기 영향과 신제품 모델 교체 영향 등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다소 약화됐다.
여기에 디스플레이업계 최대 라이벌인 LG디스플레이가 올 1분기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상승세를 보이자 위기감은 더욱 증폭됐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모두 지난 1분기 매출이 약 1조원 줄어드는 부진한 성적을 내놨지만, LG디스플레이는 원가절감을 통해 8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2012년 7월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1분기 실적을 비교해 보면 매출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를 앞선 반면, 영업이익은 LG디스플레이 보다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매출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전분기 대비 6% 감소한 6조1000억원을 기록, 전분기 대비 21% 줄어든 5조6000억원을 낸 LG디스플레이 보다는 좋은 성적을 냈다. 적극적인 원가절감 노력과 함께 판매가 하락폭이 둔화돼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LG디스플레이의 설명이다.
삼성은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외 전자 계열사 전반을 대상으로 경영진단을 차례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전자계열사들은 이번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번 경영진단을 두고 삼성은 일상적인 경영활동이라며 선을 긋고 있는 입장이다. 부진한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경영진단을 실시, 실적 부진의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갈수록 포화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 환경에 적극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미래 수익을 담보하기 위해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홈, 사물인터넷(IoT) 관련 제품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B2B, 의료기기 등에서의 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다중 전략을 내놓은 상태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