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연초의 우려와 달리 국내 증시가 상승폭을 넓혀가자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2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9조 7853억원으로 10조원에 근접한 상태다. 증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투자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매매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1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기준으로 지난 29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전 거래일보다 686억원 감소한 9조 7853억원으로 나타났다.
앞선 9거래일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연초(1월 2일 기준)대비 4298억원이나 늘어난 모습이다. 특히 코스닥 신용거래융자의 증가세가 가파른 그래프를 보였다. 연초 대비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신용거래융자는 484억원 줄었지만 코스닥 신용거래융자는 무려 4511억원 증가했다. 작년 10월 26일 이후 약 3개월 만에 5조원대를 기록 중이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주식을 산 뒤 수익이 나면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고 시세 차익을 본다. 물론 신용거래융자의 금리는 은행의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금리를 크게 상회한다. 이달 30일 기준 국내 증권사 21곳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평균은 9.2%(대출기간 4개월 이상 기준) 수준이다. 넉 달 안에 최소 10% 이상 주가가 올라야 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의미다.
통상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주가와 흐름을 같이 한다. 주가가 오르면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기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작년 6월 12일 12조 638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잠깐 주춤했던 융자잔액은 연말연시 국내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춤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신용거래융자에 대해서는 우려스러운 지적이 많이 나온다. 갑자기 주가가 폭락해도 증권사에 갚아야 할 원금이나 이자에 변함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자금을 빌려준 후 주식 평가액이 일정 수준의 증거금(주식담보비율의 약 140%) 밑으로 내려갈 경우 해당 주식을 강제 매도하는 ‘반대매매’에도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주가가 급락세를 나타낸 작년 10월 하루 평균 반대매매 규모(코스피·코스닥)는 184억7700만원으로 전달(55억원)대비 233% 급증하는 패턴을 드러냈다. 작년 11월 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8조 9993억원까지 급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용거래융자 증가는 국내 증시가 상승세로 전환됐다는 신호탄 역할을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기관이나 외인 투자자들에 비해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개인 투자자들이 빚까지 내면서 과도하게 투자에 뛰어드는 행위에는 극도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