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제해사기구(IMO)가 오는 2020년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함유량을 3.5%에서 0.5% 이하로 낮추는 규제를 시행하기로 예고하면서 선사들이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장착한 선박을 늘리고 있으나, 관련 규제로 애로를 겪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스크러버는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 및 저유황유 사용 대비 부담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개당 최대 100억원 가량의 설치비용 및 운항 중 마모되는 부품 교체비용 등이 필요하며, 장착하는 기간 동안 선박을 운항하지 못한다는 점 뿐만 아니라 노후 선박의 경우 폐선까지 단기간만 활용할 수 있어 '가성비'가 낮기 때문이다.
스크러버 장착 선박에 대한 입항규제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스크러버가 황산화물을 제거하는 방식은 선박 배기가스를 물로 세척하는 것으로, 수질오염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현대상선 131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현대 스마트’호/사진=현대상선
이에 따라 인도·아부다비·노르웨이·중국·독일·벨기에·캘리포니아 등의 지역에서 개방형 스크러버의 입항을 금지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도 이러한 대열에 동참할 예정이다.
한국선주협회 역시 국적 운항 선대 중 스크러버를 설치했거나 올해까지 장착할 선박이 91척(6.3%)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현대상선이 인도받을 예정인 선박 20척 중 2만3000TEU급 12척에는 하이브리드형 스크러버를 탑재, 이같은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상황에 따라 개방형과 폐쇄형을 선택할 수 있는 스크러버로, 개방형 스크러버 사용을 금지하는 해역에서는 폐쇄형으로 전환하고 저유황유를 사용하면 된다.
현대상선은 레디형이 폐쇄형 대비 사용 후 세정수를 보관하기 위한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는 점에서 선적량 감소를 줄이는 등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개방형 스크러버 입항을 금지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그래픽=미디어펜
저유황유와 LNG를 사용하는 선박의 비중이 많아질 경우 관련 제품 가격이 증가해 연료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반면, 기존 벙커C유의 수급상황이 스크러버 장착 선박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도 가격경쟁력을 높일 요소로 꼽힌다. 현재 저유황유값은 벙커C유 대비 50% 가량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정유업계는 저유황유를 정유부문 실적 반등의 키로 보고 생산설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K에너지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1조원 가량을 투자해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DRS)를 짓고 있으며, 일일 생산량은 3만8000배럴로 예상된다.
잔사유 고도화 컴플렉스(RUC)와 올렉스 다운스트림 컴플렉스(ODC) 구축에 4조8000원을 쏟은 에쓰오일도 저유황유 생산을 통한 수익성 증대를 노리고 있으며, 현대오일뱅크도 2400억원을 들인 솔벤트 디-아스팔팅(SDA) 공정을 통해 경질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과거에는 머스크·MSC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높지 않았으나, 이번 환경규제라는 악재가 오히려 이같은 상황을 뒤집을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이번에 발주된 초대형 선박에 스크러버가 장착된 만큼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