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편안을 비롯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공조 전선을 펼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330일까지 걸릴지도 모르는 패스트트랙을 두고 장기적인 한국당 고립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안에 더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찰청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국민투표법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행정심판법 개정안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선진화법 개정안 등 9개 개혁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울 방침이다.
이에 민주당을 제외한 야3당은 어느 수준까지 개혁법안을 용인할 것인지 고심 중이다. 패스트트랙을 통한 법안 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이 최장 330일이라는 점에서 21대 총선을 새로운 선거제로 치르려면 오는 15일까지는 결론이 나야 한다. 다만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가 곧 야3당의 숙원사업이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개혁법안의 내용은 큰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만약 선거제와 개혁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여야 4당은 사실상 한배를 탄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 된다. 향후 330일 동안 큰 틀에서의 국회 정세는 여야 4당과 한국당이 대치하는 구도로 짜일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선거제를, 야3당은 법안 통과를 교환하며 야합한 모양새”라며 “한국당만 외톨이 신세”라고 했다.
실제 민주당의 128석에 바른미래당 29석, 평화당 14석, 정의당 5석이 힘을 합칠 경우 과반 이상의 의석수가 확보된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건은 본회의에서 과반 찬성이면 통과된다.
일단 한국당은 맞불 전략으로 현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당장 선거제를 두고서는 의원 정수를 10% 줄이고, 비례대표 제도는 아예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나아가 민주당이 개혁법안 통과를 위해 야3당을 ‘민주당 2중대’로 이용하려 한다는 식의 프레임 공세에도 집중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금 야당은 집권 여당에 의해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있다. 선거제 개편을 미끼로 좌파 독재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이라며 “내년에 여당이 단독 과반에 성공할 것으로 보이면 선거제 개편 논의는 백지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