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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민연금, 대한항공 주총 안건보다 연금고갈부터 해결하라

2019-03-25 16:04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조우현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전부터 궁금했다. 대체 국민연금이 얼마나 전지전능하기에 그들이 나서면 지리멸렬했던 경영이 안정화 되고, 떨어졌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를 거라고 기대하는 건지. 오늘 오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고 대한항공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찬반 여부를 결정한다는 국민연금의 행보에 대한 이야기다. 

땅콩이나 물컵으로 빌미를 제공한 대한항공도 잘한 것은 없지만, 이때다 싶어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것을 도입하고 기업 경영권 개입에 나선 국민연금도 그다지 잘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옳든 그르든 일단 도입된 규칙을 거스를 수 없기에, 국민연금의 찬반 여부 결정에 온 이목을 집중해야 하는 대한항공의 처지도 처연하게 다가온다. 

어디 대한항공만 그런가. 앞서 현대건설, 현대기아차, 효성, 삼상바이오로직스 등도 국민연금 때문에 속을 끓여야 해야 했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국민연금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거다. 하지만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국민들의 노후자금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국민연금이 무슨 수로 민간 경영에 참견을 할 수 있다는 건지 의문이 든다.

국민연금의 소임은 어디까지나 국민들이 낸 연금을 잘 관리해 국민들의 노후를 안정적으로 책임지는 것에 있다. 누군가는 연금을 잘 관리하기 위해 민간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국민연금이 개입한다고 해서 기업이 잘 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정부의 개입으로 기업이 잘 될 것이었다면 이 세상에 망할 기업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국민연금은 국민연금의 일만 잘하면 된다. 민간 기업 경영에 간섭할 역량이 있다면 자신들의 전문성 강화에 집중하는 게 옳다. 수년 째 제기되는 ‘연금 고갈론’도 해결하지 못하는 그들이 기업 경영 정상화에 일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려고 할수록 불신만 쌓일 뿐이다. 무엇보다 기업 경영은 기업인들이 제일 잘 할 수 있다.

물론 국민연금의 행보에 비판을 한다고 해서 재판을 받고 있는 조 회장을 두둔하자는 것이 아니다. 재판을 통해 잘못이 밝혀진다면 추후 절차를 통해 처벌을 받는 것이 옳다. 다만 그 전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작동해야 한다.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거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판결이 확정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혐의만 내세워 섣부른 판단을 펼치고 있다. 거기에다 그 판단을 배경으로 안건에 대한 찬반 의견을 주총 전 미리 밝히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의 의견이 위탁운용사, 기관투자자, 주주들에게 암묵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했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방식은 대한항공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대한항공 임직원들에 대한 또 다른 ‘갑질’이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기업 내부를 휘저어 놓으면 그 뒷감당을 누가 떠안아야 되는가. 다 임직원들의 몫이다. 그럼에도 정해진 규칙이 있기에 굳이 찬반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면 ‘기권’이 옳다. 더 이상 주제 넘은 참견으로 민간 기업을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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