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이 지난 16일 자정을 끝으로 관련자 구속영장이 만기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고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나는 등 위기에 직면한 삼성전자가 ‘오너리스크’라는 부담까지 떠안아선 안 된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1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최 씨의 재판을 담당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날 4차 심리를 연다. 대법원은 지난 2월부터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씨 등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해 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난 2, 3차 심리 과정에서 대부분의 쟁점 정리가 끝난 상황”이라며 “오는 25일 이들에 대한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번 대법원 선고의 최대 쟁점은 제3자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된 ‘부정한 청탁’ 인정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 씨가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도와주는 대가로 삼성으로부터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 원,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204억 원의 뇌물을 공여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세 사람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그룹 승계 작업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묵시적 청탁이 존재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준 돈 모두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왼쪽에서 두번째)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오른쪽에서 두번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후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반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관련해 이 부회장의 ‘묵시적 청탁’이 존재했다고 봤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된 16억 원을 뇌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최대 관심사가 됐다.
만약 대법원에서 이 부회장이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할 경우, 삼성전자는 또 다시 ‘오너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악재로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한 분기 만에 절반 가까이 감소하며 침체기를 겪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국가 경제의 손실로 이어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등의 실적 부진 여파로 월별 수출 실적이 지난 3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갤럭시 S10 5G’를 세계 최초로 개통하고,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을 선언하는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걱정이 많은 모습이다. 재구속에 따른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특히 이 부회장의 경우 ‘국정농단’이라는 정치적 사건의 희생양이 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만큼, 대법원 판결에서는 “법치에 입각한 판결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정치·사회적 고려 없이 법리에 따른 판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