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미국 국무부가 다음달 3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출 전면 봉쇄에 돌입하기로 하면서 이란산 원유를 수입했던 국내 정유사들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국내로 반입되지 않았으나, 올 1월과 2월 각각 195만8000배럴과 844만배럴이 들어왔다.
이는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의 한시적 예외 대상에 포함된 데 따른 것으로, 국내 정유사 중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왔다.
이란산 원유는 원유에서 추출할 수 있는 납사가 타 원유 대비 4배 가량 많고, 콘덴세이트(초경질유) 가격도 낮다는 장점이 있다. 인접국인 카타르산과 성분은 유사하지만 가격이 저렴했던 것도 강점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원가 부담 증가와 물량 확보 등이 우려되고 있으나,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는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이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조치가 아니더라도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매각했다.
실제로 지난해 영국·호주·노르웨이·나이지리아·가봉 등에서 수입하는 물량은 이란산 원유의 증감에 따라 변화를 보였다. 특히 미국산의 경우 월평균 수입량이 지난해 상반기 235만배럴에서 하반기 781만배럴로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1000만배럴 수준으로 늘어났다.
반면 이란과 관계가 껄끄러운 미국·사우디 자본이 투입된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이란산 원유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GS칼텍스는 미국 셰브론, 에쓰오일은 사우디 아람코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은 각각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큰 형님'으로서 중동의 맹주를 놓고 오랜 기간 대립각을 세워왔으며, 미국과 러시아가 이들 국가를 지원하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이다.
미국은 앞서 지난해 5월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 이후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같은해 11월5일부터 이란산 원유·석유·석유화학제품 거래 등을 금지했으며, 개인 및 기업이 이를 위반할 경우 미국과의 거래를 제한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중·일을 비롯한 8개국은 다음달 2일까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었다.
이번 조치와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은 이란 정부의 돈줄인 원유 수출을 완전하게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급등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가 상승을 꺼리는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산유국들이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생산량 조절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