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달 30일 여야의 극심한 대치 끝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자 공수처를 누가 견제하고 통제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연일 제기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2일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일련의 패스트트랙 추진에 대해 반발했고, 3일 법조계는 검사들의 항명 사태인 '검란(檢亂)'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가장 큰 문제는, 공수처가 검찰과 동일하게 수사권·영장청구권·기소권까지 갖지만 행정·사법·입법부 중 어디에 속하는지 알 수 없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수처장에게 3년 임기가 보장되는 등 대통령이 사실상 직접 지휘통제하는 정치적 사찰·수사기구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청와대가 연루된 수사를 벌여도 공수처가 사건을 가져가면 수사 자체를 묻을 수 있다. 또한 공수처가 다룰 수 있는 범죄 대상도 광범위하다.
박근혜 정부를 내몰고 지난 2년간 끊임없이 이뤄진 적폐청산 수사에서 가장 큰 줄기를 차지한 혐의가 직권남용인데, 공수처는 이를 비롯해 공무상 비밀누설·허위공문서 작성·직무유기 모두를 범죄대상으로 삼는다.
이를 통해 기존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행사와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 판사의 재판권 행사가 공수처 수사대상으로 전락해 사법 독립에 치명적인 독소조항으로 작용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7월25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오른쪽)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을 가졌다./사진=청와대
또한 공수처법안 8조1항에 따르면 9년 임기를 보장받는 공수처 검사 중 검사 출신은 정원의 절반을 넘을 수 없다고 규정해, 좌성향 변호사 단체의 개입과 참여를 사실상 열어놨다. 여기에 시민단체나 좌파 등 특정세력이 고소·고발할 경우, 이를 빌미로 공수처가 청와대의 하명 사건을 전담할 길이 열린다.
행정·사법·입법부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공수처가 일선 법관·검사·고위경찰들의 무릎을 꿇릴 것이라는 우려는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나왔다.
김태규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공수처를 누가 견제하고 통제하느냐. 독자적인 수사권에 기소권까지 부여하고 수사의 주된 대상이 고위직 경찰·검사·법관이면 이 세 조직은 그 조직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완충장치도 없어 정치적 입김이 그대로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고위공직자 부패를 처단한다고 하면 대중은 환호할 수 있으나 명분에 지나치게 천착하면 선동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환 "직권남용·직무유기·공무상 비밀누설·강요 등 다양한 공무원 범죄에 대한 기준이 현저히 높아지고 공무원 대부분을 옥죌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검·경 보다 우월적 지위에서 특정 정치인을 죽이거나 살리는 수사가 가능한 공수처는 태어나선 안된다. 수사기관을 신설하면서 일부만을 기소 대상으로 삼는 것은 유례가 없고 행정부로부터 독립한 공수처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등 명백하게 위헌인 규정이 한두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