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호텔 어디까지 가봤니 33] 호텔과 손편지

2019-05-12 16:07 | 김영진 부장 | yjkim@mediapen.com

리츠칼튼 오키나와서 제공받은 웰컴 샴페인과 손편지./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호텔을 자주 다니고 관련 기사들도 많이 쓰다 보니 지인들로부터 가끔 "호텔을 왜 좋아하니"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아직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답할 때가 많습니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세상이 너무나 빨리 변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죠. 젊은 세대들에게는 기회로 비칠 수 있겠지만, 나이가 좀 들어가니 빨리 변하는 세상이 그리 반갑지 않습니다. 새로운 것들이 계속 생겨나고 알아야 하고 쫓아가는 삶은 그리 행복한 거 같지는 않습니다.

호텔도 스마트폰 시대에 맞춰 변화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무인호텔이 생겨나고 호텔에 로봇을 도입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도 있습니다. 모바일로 체크인·체크아웃도 가능해져 직원을 만날 일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호텔 분야는 타업종 대비 사람이 해야 하는 일들이 많고 아날로그적인 요소가 많은 거 같습니다. 그래서 호텔 주 고객층이 중년 이상이고, 나이가 들수록 호텔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는가 봅니다. 

그중 호텔에는 아직 '손편지' 문화가 남아 있습니다. 모든 투숙객에게 손편지를 남기지 않겠지만, 가끔 힘든 비행을 마치고 체크인을 하고 호텔 방에 들어가는데 웰컴 과일이나 와인과 함께 '손편지'가 놓여 있는 걸 보면 여간 기쁘지 않습니다. 여행의 피로가 가시는 것은 물론 이 호텔을 잘 선택했다는 확신도 들게 합니다. 체크인까지 마쳤는데 객실에 들어가서 환불받고 싶고 후회되는 경우도 얼마나 많은데요.

프린트로 된 편지를 받을 때도 있지만 그런 것도 좋습니다. 호텔에서 받은 편지는 아직 버리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묻어 있는 편지는 쉽게 버리지 않게 되는 거 같습니다. 편지 내용은 주로 영어로 썼지만 얼마나 정중한 언어로 표현했는지 모릅니다. 누가 영어에 존댓말이 없다고 했나요.

호텔에서 투숙하면서 좋은 점은 직원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사려 깊은 배려가 느껴질 때입니다. 그중 손편지는 "내가 환영받고 있구나, 대우받고 있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거 같습니다. 호텔 측에서도 큰 비용 들이지 않고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소라고 봅니다

과거 일본의 한 호텔에서 총지배인이 직원의 실수에 대해 사과하기 위해 객실 문 밑으로 정중한 손편지를 넣어줬을 때 감동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호텔에서 받은 손편지./사진=미디어펜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손편지를 접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언제 손편지를 썼는지 기억이 없습니다. 아직 손편지 문화가 남아 있는 호텔이라는 분야가 그래서 좋은 거 같습니다. 아마 손편지 문화가 남아 있는 곳은 몇몇 명품 브랜드와 호텔이 거의 유일한 거 같습니다. 이런 손편지를 '캘리그라피'라고도 표현하는 거 같은데 그냥 순수한 의미의 손편지가 좋은 거 같습니다.

손편지를 보면 대충 그 호텔 총지배인의 마인드를 알 수도 있죠. 과거 롯데호텔 하노이에 투숙한 경험이 있습니다. 총지배인을 인터뷰하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힘든 비행을 마치고 호텔 방에 들어갔는데 아무런 웰컴 레터가 없었습니다. 순수 여행도 아니고 일로 간 것이고 총지배인을 만나러 갔는데 손편지 한 장 없다는 게 의아했습니다. 그런 걸 보면서 해당 호텔 총지배인이 어떤 마인드로 호텔을 운영하는지 대충 알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호텔 업계의 손편지 문화는 지속하고 확산하면 더 좋을 거 같습니다. 손편지 쓰는데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지 않나요. 굳이 총지배인 이름이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더 나아가 손편지 문화가 타업종으로 확산하면 더 좋을 거 같습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관련기사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