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가 7일 ‘신경영 선언’ 26주년을 맞은 가운데 녹록치 않은 경영 환경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재판의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신경영 선언’은 이건희 삼성회장이 지난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프루트에 계열사 사장단 및 임원 200여명을 불러 모아 대대적인 혁신을 강조한 회의를 의미한다. 이 회의에는 당시 청년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재현 CJ 회장도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은 당시 회의를 통해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라며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명언을 남겼다. 이후 삼성은 이 변화를 발판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앞서 삼성은 ‘신경영선언’을 기념해 기념식을 열어 왔지만,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병색으로 와병한 이후부터 조용히 보내고 있다. 2015년, 2016년에는 사내방송과 인트라넷을 통해 조촐하게 기념하기도 했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에는 그마저도 사라졌다.
삼성은 ‘신경영 선언’ 26주년을 맞는 올해에도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보낼 예정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은데다,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면서 내부에서 감지하는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발목 잡는 사법부
실제로 삼성바이오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이른바 삼성전자 ‘윗선’을 향하며 삼성의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소와 재판이 이루어지기 전부터 ‘증거인멸’, ‘이 부회장 통화내용 입수’ 등 자극적인 여론으로 삼성을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찍는 행태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게 나오는 상황이다. 삼성을 향한 ‘노림수’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삼성의 사업 실적이 꺾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년 동안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반도체 사업의 이익이 꺾이면서 올해 1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4.3% 감소한 4조1200억원에 그쳤다. 이는 역대 최고를 찍었던 지난해 3분기(13조6500억원) 실적의 4분의1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을 공고하게 해준 스마트폰 사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IT·모바일(IM) 부문은 1년 전보다 40% 줄어든 2조27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가까스로 세계 스마트폰 판매랑 1위 자리는 지켰지만, 2위 화웨이의 추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열린전자 관계사 사장단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 /사진=삼성전자 블라인드
이재용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
이 부회장은 이 같은 위기에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4월, 올해부터 2030년까지 12년 동안 133조원을 시스템 반도체에 투자해 이 분야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 반도체 시장에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 지난 1일에는 삼성전자 계열사 사장단들을 긴급 소집해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과 위기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앞서 약속한 투자와 채용 계획을 재확인했고, 위기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며 “지난 50년간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의 재도약이 필요한 시점에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겹쳐 내부적인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이 부회장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나 사법부의 발목잡기가 계속된다면 삼성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