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규(왼쪽 앞) 금속노조 위원장과 박근태(왼쪽 뒤) 현대중공업 노조 지부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이 지난 5월 2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열린 임금협상 상견례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교섭 대표를 둘러싼 노사 이견으로 현대중공업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더뎌지자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적절한 절충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노조는 본격적인 투쟁 수순을 밟을 전망이어서 현대중공업의 하투 전운이 감돌고 있다. 또 노조는 사측이 17년 전 해고 당사자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조합원 직원들을 해고했다고 주장해 노사 갈등은 더욱 악화될 조짐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5월 2일 상견례 이후 두 달 넘게 교섭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해 기본급 12만3526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 성과급 최소 250% 보장, 저임금 조합원을 위한 연차별 호봉 격차 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 간 이견을 벌이고 있는 지점은 사측 위원 대표다. 노조는 사측 교섭대표가 전무급으로 자격 미달이라며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이전에도 전무급이 대표를 맡은 사례가 있다며 노조에게 파행의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조는 임단협 교섭 난항을 이유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릴 경우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되고 ‘행정지도’ 결정을 내리면 노사는 다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노조는 재신청도 고려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의 이같은 조정신청은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생산 방해, 폭력 등 불법 행위에 따른 조합원들의 징계를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2차 조정회의를 거쳐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본격적인 투쟁 수순을 밟겠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여기에 노조는 오는 15∼17일 전 조합원 1만459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할 계획이어서 올해 임단협은 장기화 국면에 들어갈 전망이다. 투표가 가결되면 노조는 파업권을 가지게 된다. 지난 5월부터 5일까지 수차례 전면파업과 부분파업을 병행해 왔지만 파업권을 갖게 되면 ‘정당성’이란 명분을 내세울 수 있게 된다.
이와 별도로 노조는 같은 날 ‘해고자 정리 역사 바로 세우기 총회’를 열고 2002년 노조 총회에서 가결된 ‘해고자 문제 정리를 위한 합의서’ 청산 대상 결정 취소안을 투표에 부친다. 당시 노사 양측이 합의하고 총회를 통해 가결됐지만 해고 당사자와 협의를 거치지 않았고 총회도 임박해 공개됐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관계자는 "해고자 복직 요구가 아니라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짚고 가자는 의미다"며 "총회 공고는 노사간 충분한 협의 후 총회 5일 전 알려야 하는데 해고자를 배제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같은 과정이 무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합의서에 '복직요구를 할 수 없다'는 조항도 들어가 있었다"며 "현재 물적분할 투쟁 등으로 4명이 해고돼 노조가 이들을 지킨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회복되지 않은 시황과 구조조정 여파 속 근로자들이 어느 때보다 우울한 여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달 말 휴가 이후에도 해결할 기업결합심사, 임단협, 현장실사 등 문제들이 저마다 산적돼 있어 노사 모두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회사 물적분할 주주총회 무효를 주장하며 오는 8일과 10일 전 조합원 3시간 부분파업을 벌인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