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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MBC, 일본이 왜 그러는지 정말 모르나?"

2019-07-12 15:23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MBC노동조합이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을 높이 평가한 MBC 뉴스데스크를 향해 “기업인들이 어떤 생각이 들었겠냐”고 질타했다. 

MBC노조는 11일 사내 뉴스모니터 ‘공감레터 53호’를 통해 “문 대통령이 10일 30대 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일을 우리 주력산업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며 “듣고 있는 기업인들은 날벼락을 맞는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들은 반도체 산업이 멈춰 서고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금융시장이 붕괴될까 피가 마를 정도”라며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사태의 원인에 대한 반성과 실효성 있는 해결책 제시 대신에 기업들에게 자력갱생하라며 책임을 떠넘긴 셈”이라고 꼬집었다. 

MBC노조는 “그런데도 당일 밤 뉴스데스크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높이 평가했다”며 “수출규제가 장기화될지 모르니 자급경제를 이루자는 문 대통령 발언을 ‘불굴의 의지’로 평가한 MBC 기사를 봤다면 기업인들이 어떤 생각이 들었겠냐”고 반문했다. 다음은 공감레터 53호 전문이다.

서울 마포구 MBC 사옥. /사진=연합뉴스



[공감터 53호] 일본이 왜 그러는지 MBC는 정말 모르나?

 문재인 대통령은 7월 10일 30대 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비상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면서, 이번 일을 우리 주력산업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듣고 있는 기업인들은 날벼락을 맞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반도체 산업이 멈춰 서고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금융시장이 붕괴될까 기업들은 피가 마를 정도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사태의 원인에 대한 반성과 실효성 있는 해결책 제시 대신에 기업들에게 자력갱생하라며 책임을 떠넘긴 셈이었다. 

1. 단기 해결 포기가 ‘불굴의 의지’라는 MBC 

 그런데도 당일 밤 MBC 뉴스데스크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높이 평가했다. 이덕영 기자는 리포트에서 “문 대통령의 언급은 일본의 부당한 압력에 쉽게 굴복하는 전례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 된다”고 말했다. 리포트 전체에서 기업들의 절박한 상황에 대한 설명은 한 문장뿐이었다. 참석한 기업인들이 ‘외교적 해결의 필요성도 강조했고, 최고급 반도체 소재를 국산화하려면 긴 호흡이 필요하며, 원천기술 개발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했다’는 것이다. 

 이번 수출규제 사태의 원인은 일본을 우방에서 적으로 돌린 현 정권의 외교 실책에서 비롯된 것이지, 우리 기업들이 잘못해서 일어난 게 아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에만 외교적 해결을 촉구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일본과 징용 배상 및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의하거나 그게 싫으면 앞으로 대북 제재를 철저히 이행하겠다면서 미국에 중재라도 요청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입처를 다변화하라고 역설했지만, 우리 기업들이 몰라서 안 했던 게 아니다. 대체 불가능한 소재라 일본 기업들에 의존해왔던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내 소재산업을 육성하라며 추경에 예산을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산업화 역사 150년에 노벨 과학상 수상자 20명의 일본 원천기술을 어떻게 몇 달 만에 따라잡겠는가. 수출규제가 장기화될지 모르니 자급경제를 이루자는 문 대통령 발언을 ‘불굴의 의지’로 평가한 MBC 기사를 봤다면 기업인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2. 수출규제가 선거용이라는 일본주재 특파원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 초기부터 MBC는 아베 총리의 선거 전략이라는 시각을 보여 왔다. 특히 일본 현지에서 취재하고 있는 고현승 특파원이 그 같은 분석을 반복했다. 

(7월 3일, 고현승 특파원)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층 결집을 노린 '한국 때리기'라는 분석도 있어” 
(7월 4일, 고현승 특파원) “아베 정부가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선거일정에 맞춰 수출 규제를 시작한 겁니다.”
(7월 5일, 고현승 특파원) “아베 정권이 이번에는 선거전에 한국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7월 7일, 고현승 특파원) “남북한 분리 대응이 이번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베 총리의 수출규제가 국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는 고현승 특파원의 보도와는 달리, 징용 배상 판결과 위안부 합의 파기 이후 한국에 대한 반감이 일본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는 징후들이 많다. 아베 총리의 수출규제에 일본인 58%가 찬성하고 반대는 24%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한국 기업인들은 사석에서 일본인 사업 파트너로부터 “당신은 믿지만 한국인들은 믿지 못 하겠다”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인터넷에는 한국인 교수들의 강의를 폐지하고, 한국계 기업들의 대출금을 회수하고, 회사에서도 한국인에 대한 이유 없는 불이익이 시작됐다는 글이 나돈다. 고현승 특파원은 도대체 일본에서 누구를 만나 무슨 말을 듣고 있는가? 수출규제가 선거용이면 일본 참의원 선거만 끝나면 한일 갈등이 해소 되는가? 그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것인가?

3. 일본이 왜 그러는지 MBC는 정말 모르나?

 MBC 뉴스데스크는 일본의 수입규제 발표 열흘만인 7월 10일에야 ‘이번 사태의 출발점인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분석하겠다’는 리포트를 방송했다. 나세웅 기자는 리포트에서 1965년 대일청구권 협정 때 우리 정부가 일본에서 5억 달러를 받고 ‘한국인 미수금 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을 포기한 것은 맞지만, 위자료를 포기한다는 약속은 없었다는 게 작년 대법원 판결이라고 정리했다. 나세웅 기자는 “일본 변호사와 학자 100여 명도 판결 뒤 공동성명을 내고 약속 위반이라는 아베의 주장을 반박했다”고 말했고, 리포트 제목을 ⌜파묻었던 '일제 만행'…봉인 열릴까 두려운 아베⌟라고 붙여, 마치 일본인들도 자신들이 생떼를 부리는 걸 알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과연 그럴까? 일본인들 입장을 생각해 보자. 국제사회에서 식민 지배국이 피지배국에 배상금을 지급한 예는 없다. 그런데 일본은 2차 대전 후 한국에 있던 일본인 재산 22억 달러 어치를 법적 근거 없이 몰수당하고도 포기했고, 당시 일본 외환보유고의 4분의 1을 무상 또는 차관으로 한국에 공여했다. 그런데 한일청구권 협정문에 위자료라는 단어가 없었으니 더 내놓으라고 한다면 다수의 일본인들이 마음으로 이를 수긍하겠는가? 그 같은 양국 국민들의 감정을 감안하는 것이 외교이고, 그런 외교가 제 기능을 못하면 지적하고 비판해야하는 게 언론이다. 

4. 대통령과 국가의 이익

 김대중 대통령이 1998년 10월 일본을 처음 국빈 방문했다. 한국은 외환위기 와중이었고 일본의 대한 감정도 3년 전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던 김영삼 대통령의 발언 이후 여전히 싸늘했다. 김 대통령은 영빈관으로 목포상고 은사를 초청해 “센세이 와타시데쓰. 아노 다이주데쓰요”라고 일본말로 인사했다. 국내 경쟁자들에게는 비판을 받았지만, 옛 스승에 대한 예의는 일본인들의 마음에 호감으로 각인되었다. 당시 방문에서 김 대통령은 오부치 일본 총리와 공동선언을 통해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를 처음 명문화하고 정치 안보 경제 문화 각 분야의 교류 협력에 합의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에 초석을 놓았다. 

 2003년 6월 노무현 대통령과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한일수교 40주년인 2005년을 ‘한일 우정의 해’로 지정했다. 2005년 1월 27일 ‘한일 우정의 해 개막식’에 참석한 노 대통령은 “한일관계를 고속도로처럼 뚫으려면 장애물이 있는 것을 없다고 하지 말고 치우기 위해 양국 정부와 국민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해 한일 양국 사이에는 독도와 야스쿠니 신사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 됐지만, 한국 정부는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촉발된 한류 열풍의 지속과 관광산업 육성 등을 위해 양국의 우호관계를 지속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998년 ⌜김대중 오부치 공동선언⌟은 3조에서 “양국 정상은 한·일 양국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보편적 이념에 입각한 협력관계를 양국 국민간의 광범위한 교류와 상호 이해에 기초하여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간다는 결의를 표명했다”고 선언하고 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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