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 |
한국에서도 박원순 시장을 필두로 공유경제 확산 노력이 진행 중입니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하며 밥을 먹는 '집밥’이라는 서비스, 빈 한옥을 빌려주는 '코자자’ 같은 서비스가 한국형 공유경제의 대표 사례들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공유경제’의 개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경제’를 기존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모형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공유경제’는 시장경제의 확장이고 시장경제의 세련된 모습입니다.
▲ 코자자 홈페이지 |
'공유경제’의 대표격으로 여겨지는 에어비앤비(Airbnb) 를 예로 들어보죠. 인터넷 주소창에 airbnb.com 을 치고 들어가면 세계 각 도시별로 임대가능한 집들의 사진을 볼 수 있고 가격도 적혀 있습니다. 당신이 여행하고 싶은 도시를 클릭한 후 머물고 싶은 집을 골라 클릭하면 예약이 된 겁니다.
그러니까 에어비앤비는 숙소 중개 서비스인 셈입니다. 다만 기존의 호텔이나 모텔 중개 사이트가 전문적인 호텔이나 모텔들을 중개하는 데 비해 에어비앤비는 보통 사람들 거주하는 주택을 여행객들에게 중개해주는 것이죠. 에어비앤비는 시장을 비시장적인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가정집들을 숙박업 시장에 편입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집카(Zipcar)는 차를 시간 단위로 사용하고 반납도 편리하게 동네 근처에서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서비스입니다. 시간 단위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차가 없는 사람들이 많이 쓴다고 합니다. 기존 렌트카 업체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죠. 기존 렌트카 시장에 참여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시장 진입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는 의미에서 시장의 확장에 기여한 기업입니다.
▲ 에어비앤비 |
한국식의 '집밥’ 같은 서비스 역시 시장의 확장입니다. 여기서는 단순히 밥만 먹고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화까지 같이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음식과 정을 같이 제공하는 서비스인 셈입니다. 정에 목마른 소비자들의 채워지지 않는 감성적 욕구를 채워주는 서비스입니다.
이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이 등장하게 된 것은 정보기술의 발전 덕분입니다. 예전 같으면 손님을 찾을 수 없고, 또 안전 문제 때문에 자기 집을 빌려주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해 그런 문제들을 상당히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신용카드 인식과 보안기능이 향상됨에 따라 시간 단위로 차를 렌트하는 것 역시 가능해졌습니다. 인터넷 때문에 감성적 욕구가 강한 손님들을 쉽게 모을 수 있어 집밥 같은 서비스도 가능해졌습니다.
벼룩시장 때문에 집에서 사장되는 물건을 내다 팔고 또 중고물건을 사서 쓰는 것이 가능해지듯이 에어비앤비, 집카 같은 서비스는 지금까지 사장되었던 주택이 사용되게 해주고 충족되지 못했던 소비자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것입니다.
이처럼 '공유경제’라 불리는 서비스들이 시장 밖에 있던 자원과 사람을 시장에 참여시켜서 성공을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경제 또는 신자유주의를 대체하는 것인 양 일컬어지는 것은 모순입니다. 원인은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용어의 혼란과 위선적인 태도입니다.
먼저 용어의 혼란에서 생각해 보죠. 일반적으로 공유(共有)란 사유(私有)에 대응하는 개념입니다. 몰수나 국유화 같은 수단을 통해서 사유재산을 폐지하는 것이 공유제의 일반적 모습입니다. 하지만 작금의 '공유경제’는 사유재산 소유자에게 거래의 기회를 넓혀주는 것 일뿐, 사유재산을 폐지해서 공유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 공유서울 나눔카 |
에어비앤비나 집카 같은 것을 '공유경제’라 부른다면 기존의 시장경제는 그 자체가 '공유경제’입니다. 호텔은 숙박용 건물을 공유하는 것이고, 렌트카는 자동차를 공유하는 것이죠. 식당들은 밥을 공유하고 병원은 의사와 간호사의 서비스를 공유합니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에어비앤비와 집카와 집밥처럼 그 대가를 받습니다. 다만 '공유경제’라 불리는 서비스들을 기존의 시장경제와 굳이 구별하자면 보다 정교하고 세련되고 소비자의 감성까지 고려해서 제공한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공유경제’ 대신 다른 용어를 찾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모순의 두 번째 원인은 '공유경제’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의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바로 시장경제를 확장시키는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강남좌파식의 태도라고나 할까요? 이 시장경제 때문에 돈을 벌었으면서도 입으로는 시장경제를 저주하는 모순된 태도 말입니다.
이런 태도가 생기는 것은 시장경제,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이런 것들이 악한 존재라고 각인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시작한 일은 매우 착한 일이기 때문에 기존의 기업들, 상인들과 뭔가 다르다는 표현을 하고 싶은 것이죠. 그래서 구글의 창업자인 세르게인 브린 같은 친구는 'Don't be evil!'을 창업정신으로 내걸었고, 빌게이츠도 스마트 자본주의를 부르짖고 있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별로 다를 것이 없죠. 자신들이 착한 일을 하고 있다면 기존의 기업들, 상인들도 착한 일을 해온 것입니다. 자기 것을 세상과 나누고 그 대가를 받는다는 점에서는 '공유경제’나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 이름을 무엇이라고 부르든 채워지지 못한 필요가 채워지고 사장된 자원이 활용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다만 '공유경제’라는 혼란스러운 용어대신 뭔가 다른 이름을 찾는 것이 좋겠습니다.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