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러시아는 24일 오후 공식 전문을 통해 자국의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우리 조종사들이 러시아 군용기의 비행 항로를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한 러시아 무관을 통해 유감의 뜻과 함께 재발방지 약속을 받았다”고 했지만 반나절만에 이런 설명과 완전히 배치되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국방부는 “오늘 주 러시아 무관부를 통해 (러시아 측의) 공식 전문을 접수했다”면서 러시아가 ‘한국 조종사들이 자국 군용기의 비행항로를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비전문적인 비행을 했다’고 주장한 전문을 공개했다.
러시아가 언급한 '비전문적인 비행'은 전날 독도 영공을 2차례 침범한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에 대응 출격한 KF-16 등 우리 전투기의 기동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우리 전투기는 독도 영공에 들어온 러시아기의 진행 경로 앞 1km가량 지점을 향해 360여발의 경고 사격을 했다고 군이 밝혔으며, 이에 대해 러시아는 ‘안전을 위협당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러시아 TU-95 폭격기./일본 방위성 홈페이지 캡쳐
이에 대해 국방부는 “러시아 측의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일 뿐만 아니라 어제 외교 경로를 통해 밝힌 유감 표명과 정확한 조사 및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과 배치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군은 “어제 오전 러시아 TU-95 폭격기 2대가 우리 KADIZ(한국방공식별구역)를 무단 진입하였고, A-50 조기경보통제기 1대가 독도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우리 공군기는 정당한 절차에 의해 경고방송 및 차단비행, 경고사격을 실시하였고, 우리 국방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자료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수석은 이날 오전 러시아 측의 유감 표명 사실을 전하면서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 1대가 독도 영공을 두 차례나 침범한 것은 기기 오작동 때문이며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전날 러시아 무관과 협의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우리는 기기 오작동일 수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러시아 타스 통신은 러시아 군 사령관이 독도 영공을 침범한 자국 조기경보기에 경고사격을 가한 우리 군의 대응을 ‘공중 난동 행위’(aerial hooliganism)라고 주장한 내용을 보도했다.
세르게이 코빌랴슈 러시아 항공우주군 장거리비행대사령관은 “일본해와 동중국해의 중립 수역에서 한국 전투기 조종사들이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들에 대해 행한 행동은 ‘공중 난동 행위’로 보인다”며 “러시아 대원들은 정해진 비행체계를 엄격하게 고수했다. 한국과 일본의 영공은 침범당하지 않았으며. 분쟁 섬(독도)들로부터 25㎞ 이상 떨어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러시아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확인하지 않고 섣불리 러시아 무관(대령급)의 말만 듣고 사태를 봉합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