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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삼성동 부지 해외먹튀자본 매각 신중해야

2014-08-24 16:33 |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서울시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땅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7만9,342㎡, 2만4천평)가 외국계 투기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방치할 것인가? 국내 실수요 대기업에게 매각해 박원순시장의 국제교류복합지역개발 프로젝트를 화룡점정(畵龍點睛)시키게 할 것인가?

본사를 전남 나주로 이전하는 한전은 최근 서울 부지를 경쟁입찰을 통해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확정했다. 가장 비싼 가격을 제시하는 곳에 넘기기로 했다.

문제는 단순히 최고가를 써낸 입찰기업에 한전부지를 매각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계 자본의 부동산 투기 대상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한전의 매각방안 발표이후 대규모 자금 동원력을 가진 외국계 투기자본들이 벌써부터 군침을 흘리고 있다.

외국계 투기자금에 매각할 경우 국부 유출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외국투기자본은 투자금을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이 회수하는 데 골몰한다. 이들의 먹튀행태는 외환위기 이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미국계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이후 은행경쟁력 강화보다는 영업이익의 50%를 배당을 받아 챙겼다. 매각차익도 4조원이상이나 됐다. 론스타는 인수기간 외환은행의 장기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점 확장을 하지 않았다. 수신고도 거의 늘리지 않았다. 단기적으로 곶감빼먹기에만 급급했다.

하나금융지주가 수년전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에 실사를 하는 과정에서 론스타의 먹퇴자본 성격을 실감했다. 내부 유보금등을 거의 남기지 않고 매년 대규모 배당으로 빼갔다. 영업망을 확충하지도 않아 은행이 경쟁은행들에 비해 쪼그라들었다.

론스타는 서울 강남 스타타워도 인수했다가 수천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유유히 떠난 바 있다. 조세피난처에 세운 법인이름으로 외환은행과 스타타워를 인수한 후 세금도 거의 내지 않았다. 국세청이 이런 론스타를 응징하기위해 세금추징 소송을 벌였다. 론스타는 조세회피지역에서 설립한 법인을 통해서 이들 기업들을 인수했기에 국세청도 별다른 세금추징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국정부나 은행, 기업, 국민들은 외국계투자자본의 먹잇감이 되면서 비싼 수업료를 냈다.

   
한전 삼성동 부지를 해외투기자본에 매각할 경우 국부유출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국제교류복합지역 개발프로젝트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현대차 삼성 등 국내 실수요 기업들에게 기회를 줘서 서울시가 코엑스 일대를 전시및 MICE 메카로 육성하려는 방안과 시너지효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만이 아니다. 싱가포르 CDL은 중구 시티타워 인수 후 3년만에 독일계 투자회사인 TMW에 되팔아 400억원의 수익을 챙겼다. 독일 TMW는 시티타워를 4년여 만에 국민연금에 재매각해 1,600억원을 웃도는 차익을 남겼다. 호주계 맥쿼리도 론스타로부터 사들인 극동빌딩을 국민연금에 재매각, 1,600억원 가까운 차익을 올렸다. 외국계자본들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중인 기업들의 부동산을 헐값에 사들인후 단순 재매각하는 ‘투기성’ 방식으로 엄청난 시세차익을 실현했다.

한전부지 최고가 매각은 또 다른 심각한 문제점도 야기할 수 있다.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시장은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교류복합지역으로 조성하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서울시 새로운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에 부심해온 박원순시장은 한전 부지를 국제업무와 MICE(국제회의·전시·박람회 사업) 핵심공간으로 조성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 4월 지방선거 때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해외 투기자본이 한전부지를 사들일 경우 수익중시의 난개발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 유리한 조건을 더 얻기위해 서울시와 추가협상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외국투기자본이 차일피일 시간을 끌면서 재매각하며 수천억원의 차익을 남긴채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

해외투기자본의 부작적 측면을 고려하면 한전부지는 초기엔 외국계 투기자본의 참여를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기업들의 참여가 차질을 빚어 수차례 유찰될 시점에서 외국계 자본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외자본은 벌써부터 상당한 군침을 흘리고 있다. 미국계, 중국계, 프랑스계 자본이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자본인 녹지그룹은 한전 부지 입찰참여를 적극 추진중이다. 미국 카지노 기업인 라스베이거스샌즈그룹은 셸던 아델슨 회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했다. 아델슨회장은 한전 부지 인수와 개발 가능성을 타진한 후 돌아갔다. 프랑스 대형 건설업체인 브이그도 이에 질세라 입찰경쟁에 가세할 전망이다.

일본계, 중국계, 싱가포르계 부동산자본들도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입찰 참여를 노리고 있다.
외국자본은 한전 부지 매입을 통해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판단만 내려지면 공격적으로 입찰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이것이 현실화하면 한전과 코엑스 일대를 서울을 상징하는 신성장산업지역과 랜드마크로 육성하려는 박원순시장의 청사진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한전부지는 먼저 국내 기업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순리다. 충분한 인수 능력을 보유한 다수 국내 원매자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입찰가격은 장부상 가격인 2조원을 훨씬 넘어 3조~ 4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기업이 인수하면 서울시 국제교류복합지역 개발 방안과 부합한다는 점에서 시너지효과가 클 것이다. 한전-서울시-서울시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시너지효과가 엄청날 것이다. 국내 대기업을 역차별하면 더욱 곤란하다. 대기업특혜운운하며 대기업들을 배제하는 것은 투자와 일자리창출 모두 어렵게하는 악수가 될 것이다. 박시장은 이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입찰은 현대차 삼성 등 대기업의 투자물꼬를 틀 수 있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서울시에 기업들의 투자가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박시장의 정책판단이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기업에게 매각하면 공공성도 한층 강화된다. 서울시민들에게 큰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한전부지 매입자로부터 전체 부지의 40%를 기부채납받아서 한강~탄천~잠실운동장과 연계해서 공원 업무시설 전시공간 등 등 공공부지를 대대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대신 용도를 변경해줄 방침이다. 용적률을 현행 250%인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800%인 일반상업지역으로 개발하게 한다는 것.

서울시 계획대로 진행되면 해당 부지를 직접 사용하려는 실수요자는 그 부담을 감내할 수 있다. 반면 외국 투지가본이 40%의 기부채납률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해외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되면 부지 개발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고용 및 부가가치 창출 등 경제적 효과도 사라진다.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려는 박근혜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과도 배치된다.

이런 점에서 한전부지는 초기에는 외국계투기자본의 참여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먹튀외국자본의 부정적 행태를 실감한 후에도 이를 교훈으로 삼지 않으면 한국은 계속 ‘봉’이나 ‘호구’가 될 뿐이다. 외국자본의 먹잇감이 되는 불행한 역사가 반복될 뿐이다.

국내 기업들은 한전부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이 대표적이다. 다른 대기업들과 일부 금융회사들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전부지 인수에 가장 적극적은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는 한전부지를 인수해 그룹계열사를 한곳에 모으는 컨트롤타워를 추진중이다. 100층규모의 초고층 업무빌딩을 짓고, 자동차관련 전시관과 박물관, 복합쇼핑몰 등을 지어서 한국자동차의 메카로 가꾼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육성한다는 방침도 있다. 서울시와 시민들의 관심을 끌만한 프로젝트인 셈이다.

현대차는 실수요자란 점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기부채납률 40%를 준수하고, 서울시가 바라는 국제교류복합지역 개발에도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자동차관련 복합컨트롤타워와 전시관 박물관, 복합쇼핑센터등이 입주할 경우 대규모 관광 및 일자리창출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류를 대표하는 명품쇼핑 및 관광지로 도약할 수 있다.

현대차의 경쟁사인 독일 독일 폭스바겐 BMW 일본 도요타는 본사일대를 대규모 랜드마크로 개발해 해당시를 살찌우고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해당시에서도 이들 자동차메이커를 적극 지원했다. 현대차그룹은 한전 부지를 인수한 후 개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데는 관심이 없다. 이곳에 초고층본사를 지어 서울시내 이곳저곳에 분산돼 있는 계열사들을 한데 모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을 뿐이다.

현대차는 수익성을 내세워 서울시의 개발 취지를 무시하고 극단적인 협상을 시도할 외국계 자본과는 근본적으로 차별화되는 개발계획을 갖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국제교류복합지역 개발 구상과도 최적의 궁합이 될 수 있다.

삼성그룹도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전일대를 복합쇼핑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은 그룹차원이 아닌 이부진사장의 삼성에버랜드 중심으로 한전부지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은 서초동에 그룹사옥을 갖고 있어 별도의 컨트롤타워는 필요가 없다.

국내의 간판기업들에게 한전부지 개발기회를 주는 것이 먹튀논란을 막을 수 있다. 서울시의 전시관 및 MICE사업 프로젝트도 차질없이 수행될 수 있다.

만약 외국계 투기자본 입찰 제한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경우 몇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중국과 미국 일본 싱가포르계 부동산자본이 입찰 참여 시 착공시기를 밝히도록 해야 한다. 부지 매입자의 귀책사유로 착공이 지연될 경우 벌칙도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을 삽입해야 한다. 입찰공고에 잔고증명 및 투자확약서 제출 의무도 명문화해야 한다. 한전 부지가 단순 부동산 투기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전입장에선 가장 비싸게 돈을 내는 곳에 매각하고 싶을 것이다. 국내외 모든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한전 부지는 단순한 사유지가 아니다. 설립초기부터 국민세금이 투입된 공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국가 경제 기여도, 한전부지일대의 공공적 성격의 개발을 담보할 수 있는 입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미디어펜=이의춘발행인 junglee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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