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우리 수출의 주축인 제조업의 어깨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제조업 선진국들과의 경쟁 열위가 지속되고, 일본발 악재가 겹치면서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19일 한국경제연구원의 ‘제조업 수출경쟁력 점검과 국제비교’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000대 제조업 수출상품군 가운데 ‘품질경쟁력 우위’를 가진 상품군의 숫자가 일본과 독일에 비해 절대적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드릴링시스템이 나사조립을 위한 구멍을 뚫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지난해 기준으로 ‘품질경쟁력 우위’로 판단되는 우리나라의 제조 수출상품군 수는 156개로, 일본의 51.8%, 독일의 35.4%에 머물렀다.
이번 보고서는 수출입단가를 계산, 이를 기초로 수출상품의 경쟁력을 ‘품질’과 ‘가격’의 측면에서 분석했다. 수출경쟁력을 ‘품질경쟁력 우위’, ‘가격경쟁력 우위’, ‘가격경쟁력 열위’, ‘품질경쟁력 열위’의 네 범주로 분류해 우리나라와 제조강국인 일본과 독일의 1000대 제조 수출상품군의 수출경쟁력을 비교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최근 일본과 무역 갈등으로 주목받는 소재·부품의 취약성도 지적했다. 전자공업에 쓰이는 화학품, 정밀공작기계, 반도체 장비 및 부품, 기계부품, 광학기기, 정밀측정기기 등 중요 상품군에서 우리는 ‘가격경쟁력 열위’ 또는 ‘품질경쟁력 열위’로 분석됐다.
이에 비해 일본과 독일은 이들 품목에서 대부분 ‘품질경쟁력 우위’ 또는 ‘가격경쟁력 우위’의 수출경쟁력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중소·중견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당면 과제로 지적하면서 R&D 효과 창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태규 한경연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R&D 성공률은 95% 이상인데 실제 사업화율은 50%가 채 안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정부가 중소·중견기업 R&D를 지원하면서 R&D 프로젝트가 반드시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성과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색국가 제외 등 일본 수출규제로 국내 기업 절반 이상 타격이 예상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가운데 제조업이 받는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연이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등 수출규제 영향을 조사한 결과 국내 대기업의 매출액 감소율은 평균 2.8%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일반기계(–13.6%) △석유제품(–7.0%) △반도체(–6.6%) △철강제품(–3.9%) △무선통신기기(–2.7%) 순이었다.
일본의 무역 보복 영향권에 놓인 기업들은 △국내외 대체 수입선 확보 △대체 부품소재 물색 △일시적 사업축소․긴축경영 등의 단기 대응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법 마련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존에 사용하던 부품과 소재를 바꾸기 위해서는 신뢰성과 적합성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며 “제품이 나온 이후에도 고객사 승인 등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