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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물나는 세월호정쟁, "경제백막과 불씨 꺼지고 있다"

2014-08-30 17:58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민생, 경제, 정치가 세월호에 볼모잡혀 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거리투쟁을 벌이고 있다. 국회정치가 실종됐다.  대한민국이 마비될 위기에 직면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세월호에 갇힌 대한민국, 출구는 있는가’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28일 ‘세월호에 갇힌 대한민국, 출구는 있는가’ 긴급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해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경제 분야의 패널로 참석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월호와 한국경제, 세월호로 인한 내수 동향, 정쟁에 발이 묶인 각종 경제활성화 입법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논하였다.

세월호 수습 난맥은 경제의 ‘심리와 흐름’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성장잠재력 복원’의 실기와 ‘소비절벽’은 경제의 ‘맥박과 불씨’가 점차 꺼져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통계청 2/4분기 가계동향에 의하면, 세월호 사고 여파로 가계소득과 가계지출 증가폭이 크게 둔화되었다고 한다. 소비 불씨를 살리기 위해 경제심리의 안정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이다.

하지만 세월호와 관련된 정쟁이 지속됨으로 말미암아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의 발이 묶여 있는 실정이다. 2년째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한 19개 경제활성화 법안이 세월호 정쟁으로 처리난망 상태에 놓여있다.

더군다나 긴급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자들을 위한 국민기초생활법도 국회에 표류하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를 보듬는 것만큼 사회적 약자의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조동근 공동대표겸 명지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세월호사태로 한국경제의 맥박이 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의 토론회 전문이다.

대한민국에 있어 세월호 사고는 2중적으로 충격이다. 하나는 ‘어린 영혼’의 희생이고, 다른 하나는 사고 수습의 ‘난맥’이다. 세월호 사고 수습의 난맥은 여러 부면에 걸쳐 대한민국을 옥조이고 있다. 여기에서는 경제적인 측면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경제는 매우 복잡한 현상이지만 기본적으로 “심리, 유인, 흐름”에 의해 운행된다.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경제심리가 안정되어야 하고, 유인이 왜곡되지 말아야 하며 또한 흐름에 막힘이 없어야 한다. 불확실성을 낮추는 정치·사회 안정이 요구되고, 국가개입주의에 의한 ‘정부의 시장간섭’이 최소화돼야 하며, 금융건전성, 안전 및 품질기준 등을 제외한 규제완화가 요청되는 이유이다.

최근의 세월호 참사 및 수습의 난맥은 경제의 ‘심리와 흐름’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월호 수습을 둘러싼 정쟁으로 경제의 ‘맥박과 불씨’가 꺼져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성장잠재력 복원’의 실기와 ‘소비절벽’이 그것이다. 이 글은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활성화를 통한 성장잠재력 복원과 단기적인 시각에서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흐름의 개선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I. 저성장의 구조화: 투자부진에 따른 성장잠재력 저하

최근 한국경제의 최대의 문제는 ‘저성장의 구조화’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일반적으로 경제성장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 속도이다. 우리경제는 일인당 국민소득 2.5만 달러에서 “성장판이 닫힌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저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최소한 4%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하는 시기가 사라진 것이다. 저성장의 구조화는 투자부진에서 비롯되고 있다. 성장잠재력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의 회복과 규제혁신 등을 통해 기업의 투자를 부추겨야 한다. 금년 초 박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 끝장토론’도 사실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연원한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수습의 난맥으로 잠재성장률 복원 노력이 실기할 위험에 처해 있다.

   
▲ A) 실질경제성장률(GDP)과 실질투자증가율(INV) 간의 추이(1971~2013). 자료출처: 한국은행 통계DB(이하 같음) *주: 단위는 % 

위 그림 A)는 1971~2013년까지의 실장경제성장률과 실질투자(유형고정자산)증가율 간의 관계를 그림으로 표시한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실질경제성장률과 실질투자증가율은 상당한 정도 동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래 그림 B)는 위 그림에 실질투자증가율의 추세선을 더한 것이다. 표본기간이 길기 때문에 추세선을 선형함수로 의제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2차항’으로 추세선을 의제했다. 그림에서 보듯이 투자증가율 추세선은 2011년에 가로축을 교차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투자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성장률과 투자증가율의 ‘동행성’을 감안하면, 투자증가율이 “영”에 수렴한다는 것은 더 이상 성장이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을 시사한다.

   
▲ B) 실질경제성장률(GDP)과 실질투자증가율(INV) 간의 추이(투자증가율 추세선 포함) 

그림 C)는 그림 B)에서 투자증가율과 그 추세선을 추출해 다시 표시한 것이다. 투자증가율 추세선이 2011년에 가로축을 끊고 지나가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 C) 투자증가율과 그 추세선(1971~2013) 

그림 D)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분기 경제성장률’ 추이를 표시한 것이다. 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대비 원계열’(계절조정을 하지 않은)을 이용해 계산한 값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2010년 1분기 성장률은 9%에 육박할 만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1분기의 기저효과에 기인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2008. 10 리만브라더즈 파산)의 후폭풍이 2009년부터 전 세계에 몰아 쳤기 때문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2010년 중반이후 경제성장률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최근의 ‘저성장의 구조화’에 대한 우려는 그림D)에 그 경제적 논거를 두고 있다. 그림의 실선은 분기 경제성장률의 추세선을 ‘선형으로’ 나타낸 것이다.

   
▲ D)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분기성장률 추이(저성장의 구조화) 

그림 E)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분기성장률과 분기투자증가율(건설투자를 제외한 설비투자) 간의 관계를 표시한 것이다. 그림 B), C)와 <그림 E)는 일맥상통하고 있다. 최근 ‘저성장의 구조화’의 근본원인은 기업의 투자부진에서 비롯된 것이다.

   
▲ E)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분기성장률과 분기투자증가율 간의 관계 

II. 세월호에 가로막힌 내수: 둔화된 가구소득과 소비지출

통계청이 8.22일 발표한 “2014년도 2/4분기 가계동향”에 의하면, 세월호 사고 여파로 가계소득과 가계지출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표-1>에서 보듯이 2014년 1/4분기 전년동기 대비 가구소득 증가율은 5.0%로, 2013년 년간 가구소득 증가율 2.1%를 크게 뛰어 넘었다. 이는 금년 1/4분기에만 하더라도 경기회복세가 뚜렷이 감지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2/4분기 들어 전년동기 대비 가구소득 증가율이 2.8%에 그쳐 전(前)분기에 비해 증가율이 반토막 났다. 인플레이션(소비자물가상승)을 조정한 실질소득 증가율을 보면 2/4분기는 1.1%로 1/4분기 3.9%의 1/3에 지나지 않는다.

가계소득에서 가장 큰 비중(<표-2>참조, 66.5%)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의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은 5.3%에서 4.1%로 하락했다. 이는 취업자 증가세가 둔화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취업 통계를 보면 1/4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74만명 증가했던 취업자 수가 2/4분기에는 47만명으로 감소했다. 경상소득 중 사업소득은 대부분 ‘자영업자’의 소득이다. 전년동기 대비 사업소득 증가율이 1/4분기 3.2%에서 2/4분기에는 0.7%로 급격히 줄었다. 이는 2/4분기에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2/4분기에는 가계소득뿐만 아니라 가계지출도 줄었다. 가계지출의 감소는 내수부진으로 이어지고 내수부진은 다시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표-1>에서 보듯이 2/4분기에 소비지출은 1/4분기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 <표-1> 가구당 월평균 소득 및 지출 동향(전년 동기대비,%). 자료출처: 통계청 ‘2014년 2/4분기 가계동향’, 이하 동일 

<표-2>와 <표-3>은 가구당 월평균 소득과 월평균 소비지출을 금액과 증감율로 표시한 것이다. <표-1>의 부속표로 보면 된다. 2014년 2/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약 415만원이며, 전술한 바와 같이 전년동기 대비 2.8%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전기’ 대비로 하면 월평균 가구소득은 440만원에서 410만원으로 줄었다. ‘삶이 팍팍해졌다’는 저간의 세평이 그리 과장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 <표-2> 가구당 월평균 소득. (단위 : 천원, %) 

<표-3>에서 보듯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액은 247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1% 증가에 그쳤다. 이는 1분기 증가율 4.4%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소비지출 중 ‘오락·문화, 교육, 음식·숙박’ 지출액의 감소가 두드러졌음을 알 수 있다. 통신비 지출액이 크게 감소하였는 데(5.5%->-5.8%) 조사방법의 변경에 따른 것이라고 통계청 가계동향 보고서가 밝히고 있어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표-3>에서 교육지출만 따로 떼어낸 <표-4>를 보면 수학여행 등 ‘기타교육’은 2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표-3>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 (단위 : 천원, %) 

 

   
▲ <표-4> 지출 중 교육지출 상세 내역 (단위 : 천원, %) 

<표-5>는 가계수지 동향을 나타낸 것이다. 2014년 2/4분기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38만으로 전년 동기대비 2.8% 증가했다. 저축능력을 보여주는 흑자액은 90만 3천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2% 증가했다. 흑자율은 26.7%로 전년 동기대비 0.2%p 하락했고, 평균소비성향은 73.3%로 전년 동기대비 0.2%p 상승했다. 평균소비성향은 세금과 이자 등 비소비지출을 빼고 남은 처분가능소득 중 얼마를 지출했는지를 나타내주는 지표다.

세월호 참사로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돼, 2/4분기 들어 전년동기 대비 소득과 지출이 1/4분기에 비해 모두 감소했지만, 그나마 가계지출 증가율(3.1% 증가)이 소득 증가율(2.8% 증가)보다 컸고 평균소비성향이 미세하게나마 증가한 것은 ‘자율반등’의 조짐으로 해석될 수 있다. 소비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경제심리의 안정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 <표-5>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 및 평균소비성향 (단위 : 천원, %) * 흑자율, 평균소비성향의 증감은 %p

주) 처분가능소득 : 소득 - 비소비지출, 흑자액: 처분가능소득 - 소비지출
흑자율 : (흑자액/처분가능소득) × 100, 평균소비성향: (소비지출/처분가능소득) × 100
 

III. 정쟁에 발 묶인 경제활성화 법안

<표-6>은 2년째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한 ‘경제활성화 법안’을 정리한 것(문화일보의 “경제활성화 법안 2년째 상임위 문턱도 못넘어” 8월5일 보도 인용. 단, 상황은 8월19일 신규로 반영)이다. 19개 법안은 크게, “투자활성화 관련 7개 법안, 민생안전 관련 3개 법안, 주택시장 정상화 및 도심재생사업 관련 6개 법안, 금융 및 개인정보보호 관련 3개 법안”으로 나뉜다. 이들 법안은 지난 2년간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지만, 세월호 정쟁으로 식물국회가 되면서 더 이상 처리난망 상태에 놓여있다.

<표-6>에 정리된 법안은 투자활성화를 통한 성장잠재력 제고와 경제회복을 위해 긴히 처리되어야 할 법안들이다. 이와 별도로 ‘국민기초생활법’은 조속히 처리되어야 한다. “마지막 집세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사건 같은 긴급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내 놓은 일부개정 법률안이기 때문이다. 동 개정 법률안이 통과되지 않음으로써 2300억원이 묶여 있다, 가구당 1000만원씩 긴급지원해도 갑자기 실직 등의 이유로 긴급복지가 필요한 2만 3천가구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그럼으로써 극단적 선택을 피할 수 있게 하는 안전망이다. 세월호 희생자만큼 이들 사회적 약자의 생명도 소중하다.

   
▲ <표-6> 처리되지 못한 19개 경제활성화법안 

IV. 에필로그

하와이 군도 북쪽 끝에 있는 카우아이 섬. 심리학자 에미 워너는 이 지역 신생아 833명의 성장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한 종단연구를 통해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그룹의 30%가 좋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보다 더 잘 성장한 것이다. 이 연구를 통해 ‘회복탄력성’(resilience) 개념이 발견됐다. 회복탄력성은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힘, 시련을 이겨내는 긍정의 힘을 말한다. 회복탄력성은 지금의 한국에서 가장 필요한 가치이다.

2001년 미국의 9·11테러는 3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미증유의 위기였다. 당시 미국의 지도층이 보였던 ‘일상 복귀’ 메시지를 귀감 삼을 필요가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테러 발생 9일 만에 의회에서 “우리 모두 일상생활로 돌아가야 한다(go back to our lives)”고 강조했다. 줄리아니 당시 뉴욕시장도 뉴욕 관광 홍보 동영상을 재개했다. 그들은 9.11 특별법을 요구하지도 만들지도 않았다.

개인이건 조직이건 또는 국가이건,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의 수습’이다. 세월호 수습이 난맥상을 보이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틈타려’했기 때문이다. 최근의 재·보궐 선거 결과(11:4로 여당의 압승)에서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읽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세월호를 ‘정치적 자산’으로 여길수록 ‘정치적 부담’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 옆을 지키는 광우병 사태 이후 지겹게 봐 온 각종 ‘대책회의’는 마땅히 자정해야 한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 세월호에 이어 대한민국호가 침몰할 수 있다. 그리고 ‘저성장의 구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우리경제의 방향타를 지금 틀지 않으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전처를 밟을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 용어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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