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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SK-LG 갈등…CEO가 나서 '경쟁력' 훼손 막아야

2019-09-02 11:15 | 조한진 기자 | hjc@mediapen.com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SK와 LG의 감정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배터리 기술’을 두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난타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사업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발언까지 나오는 등 양쪽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미래 먹거리로 배터리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배터리는 차세대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는 산업 중 하나다. 특히 전기차를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과 같은 흐름을 유지할 경우 2025년쯤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기차용 리튬이온 이차전지 출하량에서 LG화학은 4위(12.8%), SK이노베이션은 8위(2.4%)에 자리하고 있다.

LG화학 본사가 위치한 LG 트윈타워(왼쪽 사진)와 종로구 서린동 SK 이노베이션 본사가 위치한SK빌딩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은 일본,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미래 성장산업으로 주목받는 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 등에 비해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배터리 산업에서 각 회사의 노하우는 시장 경쟁력과 직결된다. 효율과 안정성에서 앞서지 못하며 고객사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국내와 미국에서 소송전을 확대하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업계의 우려가 집중되는 것은 기술 때문이다. 양측의 전장이 기술 특허로 옮아갈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기술 특허 침해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다. 상대 회사가 어떤 기술을 도용했는지 법정에서 증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기술과 공정 노하우가 외부에 노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막대한 개발 자금과 시간을 들어 구축한 기술 경쟁력이 단숨에 일본이나 중국 경쟁사로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본격화된 이후 ‘기술자립’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 모두 하루가 멀다고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를 외치고 있다. 이 가운데 미래 핵심 산업으로 지목되는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우리 스스로 훼손시키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SK와 LG의 갈등은 더 깊어질 수 있다. 이제 최고경영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이번 사안의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야 할 시간이다. 두 CEO가 나선다면 굳이 법정에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핵심 노하우를 공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울러 정부도 SK와 LG의 배터리 분쟁을 중재할 필요가 있다. 기술 자산을 보호하는 것도 수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소재·부품 산업을 육성 계획만큼 중요하다. 우리 기업들이 서로 물고 뜯어 미래 가치를 좀먹는 일 만큼은 막아야 한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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