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가림 기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연내 협상 타결이 물건너 갈지 관심이 쏠린다. 법인분할 무효 등 주요 안건에서 노사간 의견 대립이 팽팽한 데다 양사 노조는 오는 11월 새 집행부를 선출하는 투표를 앞둬 임단협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경우 현대중공업은 2016·2017·2018년 임단협에 이어 4년 연속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19일 울산 본사에서 14차 임금협상 교섭을 재개한다.
노사는 지난 5월 2일 상견례를 갖고 임단협 교섭을 시작했지만 노조 측이 교섭위원 자격을 문제 삼으며 교섭이 중단된 바 있다. 이후 7월 중순부터 교섭을 재개하고 지난 10일까지 13차례에 걸쳐 테이블에 마주 앉았으나 양측 의견차가 커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김호규(왼쪽 앞) 금속노조 위원장과 박근태(왼쪽 뒤) 현대중공업 노조 지부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이 지난 5월 2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열린 임금협상 상견례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노조는 기본급 12만3526원(기본급 대비 6.68%) 인상과 성과급 최소 250% 보장, 원하청 총고용 보장 및 불공정거래 해소, 법인분할 원천무효 등을 담은 요구안을 제시했다.
사측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조선 산업 불황에 따른 비용적인 부담이 크고 하청노동자의 경우 임금교섭 조건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앞세워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노조는 법인분할 반대 투쟁을 벌인 노조 조합원 1400여명에 대한 징계처분 무효화 소송으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기존 노사 갈등이 임단협 타결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노조는 다음 주까지 사측의 교섭 태도를 지켜본 뒤 진전이 없을 경우 26일 전 조합원 4시간 부분파업과 생산시설 점거 등을 통해 생산에 직접 타결을 가할 강력한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연내 타결을 위한 시간은 많지 않다"며 "분할사를 포함한 사측 대표들을 직접 만나 집중교섭을 통해 단체교섭을 마무리 짓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연내 협상 타결 여부도 미지수다.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신상기 노조위원장은 지난 6일 마주 앉았다. 하지만 노조는 합병 등에서 현대중공업과 입장을 같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는 기업결합 심사를 막기 위해 해외 투쟁은 물론 금융당국 등과의 담판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협상 장기화 가능성이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노조 모두 현 집행부 임기가 올해까지로 11월 새 집행부를 선출하는 투표를 앞두고 있다. 투표 이후 1~2개월간 새 집행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협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사 입단협은 모두 해를 넘겨 마무리될 것이란 게 업계 예측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1월 새 지부장 및 12월 대의원 선거를 치를 계획이다. 대우조선의 경우 지난해 10월 당선된 신상기 지회장 임기가 내년 10월까지지만 지난해 6월 금속노조에 가입하며 산별노조와 임기를 맞추기 위해 새 집행부 선거를 연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조선업계 전반적으로 수주 속도가 더딘 데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과의 합병을 위한 해외결합심사에 분주하다"며 "임단협은 '연례행사'처럼 이뤄지지만 주기적인 부분파업으로 생산까지 차질을 빚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면 노사 모두 지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