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4일 경제단체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갖기로 한 가운데 이번에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부르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가 여전히 한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대기업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청와대와 재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오는 4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등 4대 경제단체장과 만나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예정이다.
청와대가 경제단체장만 따로 불러 회동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기업인들과의 만남이 몇 차례 있었지만 30여명이 한꺼번에 만나다 보니 심도 있는 대화는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때문에 소수 단체장들과의 회동으로 경제 현장 전반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대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할 전경련이 이번 회동에서도 제외되면서 대기업의 실질적인 목소리를 외면한 ‘쇼’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대한상의와 경총이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대기업의 목소리를 온전히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상의의 경우, 대기업부터 소상공인까지 회원사로 두고 있는 터라 각 계층 회원사와의 이해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기업의 목소리만 대변하자니 중소기업이 걸리고,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주자니 대기업에 피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사옥 입구 /사진=전경련 제공
경총 역시 노사 관계에 특화돼 있고, 중기중앙회와 무협 또한 특정 계층 입장 대변에 그치고 있어 현재 대기업의 목소리는 실종된 상태다.
지난 달 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전경련을 찾아 20대 그룹 기업인들과 회동하면서 “전경련부활에 물꼬가 트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지만, 노동조합의 항의로 해당 만남은 ‘사과’로 마무리 돼야 했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 패싱’으로 한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대기업의 목소리가 쏙들어갔다”면서 “대한상의와 경총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전경련이 다년간 쌓아온 노하우와 정교한 네트워크를 짧은 시일 내에 따라갈 순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청와대의 이번 회동은 최근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경제 문제를 환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청와대는 해당 만남을 부인했었지만, “비공개 회의로 진행할 것”이라고 입장을 번복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경제 위기를 인정하지 않는 청와대가 경제인들과 공개적으로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경제 전반에 ‘경고음’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경제단체장들과의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