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올해 겹악재로 인한 수익 악화에 신음했던 국내 부품업체들의 표정이 점점 누그러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일본의 ‘무역보복’ 등 불안요소가 여전하지만 실적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신호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부품사들이 내년 상반기부터 수익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기술개발과 사업구조 조정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의 클린룸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최근 주요 기업들의 올 3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가운데 시장과 업체들은 내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5G가 주요 부품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고사양 기기 수요와 관련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부품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는 내년 상반기부터 상승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모바일과 서버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회복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5G 스마트폰 증가와 인텔은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로 인한 서버투자 재개 가능성도 호재로 꼽힌다.
중국의 액정표시장치(LCD) 공세로 고전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제조사들도 내년에는 경영 환경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LCD 구조조정 으로 손실이 감소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비중 증가로 수익 구조가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5G 스마트폰과 TV용 OLED 패널공급은 내년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엔드 IT기기 시장이 커지면서 카메라 모듈과 적층세라믹캐페시터(MLCC) 등 핵심 부품 공급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체들은 내년에 5G·전장 관련 고사양 부품 채용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부품기업들은 성장동력 확보와 함께 한·일 양국의 관계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와 일본이 글로벌 밸류 체인으로 묶인 상황에서 갈등이 장기화 될 경우 경영 활동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행한 뒤 한·일 갈등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24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만나면서 새로운 국면 전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두 총리가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는 못했으나 협력 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부품 업계가 핵심 소재·부품의 국산화 노력을 강화 하고 있지만, 일본과 협업 관계를 완전히 끊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고품질 소재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차세대 제품 개발 등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부품기업 관계자는 “일본의 무역규제 영향이 심각하지 않다는 얘기도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라며 “핵심 소재와 부품에 대한 노하우를 쌓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두 나라 정부의 관계개선 움직임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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