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최근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찾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과 평남 양덕 온천장을 찾아 ‘우리식’을 강조했다. 최고 지도자의 행보는 대내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만큼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관광사업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현지에서 금강산의 남측 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했고, 즉각 남한에도 ‘철거 날짜를 정하라’며 통지문을 발송했다. 이미 금강산과 양덕 온천, 마식령 스키장을 잇는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하려는 계획을 세운 북한이 빠른 발걸음을 시사하고 있다.
북미 실무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거듭 촉구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제재 완화에 나서라고 요구해왔다. 여기에 관광사업을 내세워 자신들이 원하는 경제적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북한은 개성공단을 중국에 넘길 계획도 세우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김 위원장이 금강산에서 그의 부친인 김정일의 정책을 비판, “남한에 의존하는 정책은 잘못됐다”고 언급하면서 남한도 압박했다. 남한이 남북경협에 적극 나서든지 아니면 금강산 시설을 철거하든지 결단을 요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행보에 더해 북한에서 원로급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차례로 담화를 내고 김 위원장의 의중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1‧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협상을 담당했다가 지난 2월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2선으로 물러났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27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위원장’ 명의로 담화를 내고 ‘친구냐, 적이냐 미국이 결단하라’며 미국을 압박했다.
김영철은 담화에서 “미국이 자기 대통령과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워 시간끌기를 하면서 이해 말을 무난히 넘겨보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조미 수뇌들 사이의 친분관계는 결코 민심을 외면할 수 없으며 조미관계 악화를 방지하거나 보상하기 위한 담보가 아니다”라며 “조미관계에서 그 어떤 실제적인 진전이 이룩된 것이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불과 불이 오갈수 있는 교전관계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철은 “나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벗도 없다는 외교적 명구가 영원한 적은 있어도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격언으로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태평화위는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조직으로 북한이 미국 등 미수교국을 상대할 때 활용해온 대화 창구이다. 김영철은 통전부장을 장금철에게 넘겨준 뒤에도 아태평화위 위원장 직책은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날 담화로 확인됐다.
앞서 김계관 외무성 고문도 담화를 내고 “미국이 연말을 어떻게 넘기나 볼 것”이라며 북한의 새로운 계산법을 압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연말 총화를 앞두고 초조감을 점점 더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김계관, 김영철처럼 원로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김정은의 의중을 좀 더 직접적으로 전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북한이) 미국과 다시 대결하는 국면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메시지로도 해석된다”면서 “내년은 당 창건 75주년이 되는 해이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마감하는 해이기도 하므로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미사일, 신형무기 등 국방력 과시는 어느 정도 했기 때문에 이제 경제 성과,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긴장 국면, 충돌 국면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됐지만 지난 6일 스톡홀름 담판이 다시 노딜로 끝난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섰고, 미 백악관까지 방문했던 김영철도 다시 등장한 것을 볼 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는 톱다운 방식의 해법을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김정은의 친서’를 언급하면서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아버지가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말라 했다’고 밝혔다”고 말한 것처럼 북한은 여전히 핵은 핵대로 쥐고 있으면서 경제적 돌파구를 모색하는 어려운 길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자신들이 이미 몰수한 금강산의 남한시설을 남한보고 철거해가라고 주장하면서 과연 북한에 국제사회가 신뢰하고 투자할 수 있을지 의혹이 커졌다. 김 위원장이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를 완화시키려고 미국과 담판만 벌이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자신들이 초래한 유엔 제재를 벗어나려면 비핵화의 의지를 더 구체화하면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데뷔하는데 필요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