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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어디까지 가봤니 46] 객실 40개 불과한 호텔신라 '한옥호텔', 왜 큰 주목받을까?

2019-10-27 17:52 | 김영진 부장 | yjkim@mediapen.com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지난주 호텔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호텔신라의 전통 한옥호텔 건립 사업이 서울시의 건축심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제 호텔신라는 서울 중구청의 건축허가와 서울시 전문위원회의 심의 등의 절차만 거치게 되면 서울 중심지에 한옥호텔을 지을 수 있게 됩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사진=호텔신라



호텔신라 측은 내년쯤 착공에 들어가 2025년께 완공을 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습니다. 이로써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2010년 12월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추진했던 한옥호텔 건립 사업이 마침내 빛을 발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서울에 한옥호텔 하나 오픈하는 것이 이렇게 큰 주목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만약 그 주체가 삼성그룹 계열사가 아니거나 이부진 사장이 아닌 일반 개인이었다면 이렇게 큰 주목을 받았을까요. 최초의 한옥호텔도 아닙니다. 인천 송도에도 한옥호텔이 운영되고 있고 안동이나 경주에 내려가도 한옥호텔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객실도 약 40개에 불과할 것입니다. 고작 객실 40개 호텔 하나 오픈하는 게 우리 경제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서울에 한옥호텔이 오픈한다 하더라도 제대로 운영되고 객실을 꽉 채울지도 미지수입니다.

엄격히 말해 호텔신라의 한옥호텔 사업은 삼성이나 이부진 사장이 그 주체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 서울 성곽길에 들어서는 거라 개인이 시도했더라도 금방 사업을 포기했을 것입니다. 로또는커녕 수익성도 보장되지 않는 사업을 10년 가까이 추진하는 개인 사업자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번 호텔신라의 한옥호텔의 의미는 '서울에 들어서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첫 한옥호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객실 40개 호텔에 큰 관심 보이는 이유는 뭔가

호텔신라는 건축 디자인 등 한옥호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신라면세점 서울점을 호텔 정문 쪽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지하 3층에서 지상 2층 높이의 한옥호텔을 짓겠다는 정도입니다.

예상해보면 호텔신라의 한옥호텔은 럭셔리와 트레디셔널 등이 결합된 '럭셔리 코리안 부티크 호텔'을 지향할 것입니다. 객실도 40개에 불과해 객실 한 개에 최소 가격은 일박에 100만원 이상이 될 것입니다. 일반 호텔로 치면 스위트룸 규모로 지어질 것입니다. 내국인보다 '돈 있는 외국인 관광객'이 메인 고객이 되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호텔신라는 한옥호텔이 이렇게 큰 주목을 받은 만큼 건축 디자인이나 시공 단계에서부터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조립식 한옥호텔을 짓는 거도 아니고 전통적인 건축 양식으로 한옥호텔을 지을 것입니다. 

또 한국 전통의 의식주에 대한 리서치도 해야할 것이며 손님 접객 문화와 목욕 문화 등 전통에 대한 엄청난 공부가 필요할 것입니다. 직원들 역시 교육을 받게 될 것이지만, 전통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수박 겉 핥기 식의 전통이 아닌 진정성 있는 전통 한옥호텔을 지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우리의 전통을 제대로 지켜나가고 있는 장인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서울신라호텔 한옥호텔 조감도./사진=호텔신라




삼성이나 이부진 사장이 아니었다면 큰 주목받지 못했을 듯...건축, 디자인, 의식주 등 전통 공부 엄청나게 해야

호텔신라는 한옥호텔을 지으면서 물론 안동과 경주 등의 한옥호텔을 참고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호텔들은 호텔신라가 지향하는 럭셔리 트레디셔널한 호텔들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도 안동의 한옥호텔에 투숙해본 경험이 있는데, 그렇게 큰 만족감을 얻지 못했습니다. 

추측건대 호텔신라는 일본의 최고급 료칸(일본식 여관) 전문 기업 호시노 리조트 그룹을 벤치마킹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이 사장은 한옥호텔을 구상할 때부터 '호시노야'를 경험했을 수 있습니다. 

호시노 리조트 그룹은 '호시노야'라는 일본형 럭셔리 호텔과 료칸 브랜드 '카이', 액티비티를 갖춘 리조트 호텔 '리조나레', 비즈니스호텔 '오모' 등을 보유한 일본 호텔 기업입니다. 

특히 이 호텔이 주목받는 것은 일본 전통적인 료칸 문화를 현대적이면서 럭셔리하게 승화시켜 해외에도 진출, 발리와 타이베이에도 호텔을 오픈했다는 점입니다. 머지않아 한국에도 진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중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곳이 '호시노야 도쿄' 입니다. 이 호텔은 빌딩 숲으로 가득 찬 도쿄 한가운데에서 일본의 '오모테나시'(최고의 환대를 의미하는 일본어)를 제대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호텔 역시 높은 건물에 들어서 있으나 내부에는 럭셔리 전통 료칸을 지향합니다. 

일본 '호시노야 도쿄' 벤치마킹 할 듯...럭셔리와 전통성 결합한 '럭셔리 코리안 부티크 호텔' 지향

직원들은 무릎을 꿇고 인사를 하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다다미방에다 객실 키는 나무로 된 소재, 슬리퍼는 기모노를 입을 때 신는 게타를 현대적으로 디자인했고, 옷장에는 목욕가운 대신 유카타가 있습니다. 이런 높은 빌딩에 전통 료칸에서 느낄 수 있는 노천탕까지 있습니다. 

오후에는 일본 전통 공연이 펼쳐지고 사케 라운지가 운영되는 등 일본의 전통성과 도시라는 현대성을 제대로 승화시킨 호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도쿄를 찾는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전통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호시노야 도쿄'를 방문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데스티네이션 호텔'의 모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호텔신라가 추진하는 '한옥호텔' 역시 서울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한국 전통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투숙하는 호텔이 되기를 희망할 것입니다. 호텔신라의 한옥호텔이 어떤 모습으로 선보일지 아직 알 수 없지만, 한국의 전통문화를 제대로 지키고 알려 나가는 '문화 사절단 호텔'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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