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한국전력공사의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 전기요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 중 2번째로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요금 정상화'를 촉구하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IEA가 발표한 '국가별 전기요금'에 따르면 지난해 28개국 평균 1인당 전기요금은 15.12펜스(약 228원)/kWh로 집계됐다. 덴마크가 33.0펜스로 가장 비쌌으며, 독일·벨기에·스페인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터키는 7.79펜스로 가장 저렴했으며, 한국은 8.28펜스(약 125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이들 국가 전기요금이 2000년 대비 평균 131% 늘어나는 동안 한국의 경우 50% 증가했고, 부과되는 세금도 적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달리 덴마크는 세금이 전기요금의 2배를 상회하며, 독일도 절반 가량이 세금이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낮은 전기요금 때문에 1인당 전기사용량이 많아졌으며, 이로 인해 한전의 적자가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전기사용량은 10.2MWh로, 전년 대비 3.3%, 2000년 대비 2배 가량 많아졌다.
그러나 1인당 전기사용량이 많아진 것은 철강·석유화학·정유 등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장치산업 발달에 기인한 것으로, 지난해 산업용 전력판매량은 2004년 대비 43.2%(2억9299만8663MWh)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택용은 2338만1411MWh 늘어났다. 산업용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주택용이 늘어난 것도 이 기간 동안 1·2인가구가 56.9% 급증하면서 전체 가구수 확대 및 가전제품 시장 확대를 이끌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LA 유니버셜스튜디오 내 설치된 태양광 패널(왼쪽)·댈러스 DFW 공항 인근 풍력발전기/사진=미디어펜
한전이 조단위 흑자를 내던 기업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을 근거로 요금 인상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일견 일리가 있으나,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발생할 이유가 없는 사태였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때문에 투입된 비용은 2조원을 넘어섰다. 한전 적자의 10배에 달하는 액수였다.
이와 관련해 국회예산처도 최근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 하락의 부담을 발전사업자에게 전가하고 있으나, 결국 발전원가 상승을 촉발시켜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지원을 통해 농가형 태양광 비중을 높이는 것도 공공부문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도 2012년 폐지됐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부활한 발전차액지원제도(FIT·고정가격제)로 인해 태양광 조합들이 일반 사업자보다 전기를 10% 가량 비싸게 판매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우태희 산업부 전 차관은 2016년 국회 산자위에서 FIT 재도입시 향후 20년간 17조~18조원의 추가적인 재정부담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결국 전기요금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친재생에너지진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관련 토론회에서도 태양광·풍력발전 등을 옹호하는 인사들은 '연료비 연동제' 등으로 전기료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탈원전을 반대하는 측은 낮은 전기요금이 국민 편익과 산업활성화에 기여한다고 반박하는 장면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미·중 경제전쟁 및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수출이 10개월 연속 감소를 이어가고 올해 경제성장률 2% 달성도 어렵다는 전망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일부의 이득을 위해 우리 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해 불난 집에 부채질 하고, 가정용 전기요금을 높여 '겨울철에 난방 틀기도 겁난다'는 국민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것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