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에 대한 국가의 역습은 국민행복을 위협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이영조 경희대교수가 22일 개최한 자유경제원 주최 <사적 영역, 정치의 위협에서 어떻게 지킬까> 세미나에서 발표한 주제발표에서 현재의 상황을 “신자유주의에 대한 국가의 역습”이라고 표현한 것에 적극 공감한다. 특히, 시장 기능의 회복과 확대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사고와 정책이 퇴조하고 국가가 생산과 분배 등 경제활동 전반을 조직하려는 사회주의의 주장과 실험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분위기라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다.
최근에는 사회주의적 이념이 팽창하고 현대 자본주의는 한계상황에 봉착하고 있다는 분석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3.0 시대'는 포기하고 함께 더불어 사는 `자본주의 4.0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2012년 대선과 총선에서 여야 모두가 선거공약으로 채택하였던 경제민주화 열풍도 이러한 관점에서 시장배분적 정부개입을 합법화하고자 하는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장배분적 정부개입은 공공부문 규모의 지나친 증가로 사부문의 투자를 구축할 (crowding out) 위험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국가경제 전체를 놓고 볼 때 오히려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면서 이를 포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민행복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행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많았고, 현재도 그 논란은 지속되고 있는 듯하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헌법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국민의 행복추구권에 대하여 헌법 제10조에서 명문화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해석함에 있어서 그 동안은 국가가 직접 시장적배분규제를 확대해 갑으로부터 을을 보호해야 할 의무로 해석하고 동시에 을은 국가를 상대로 갑과 동등한 지위를 획득할 수 있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해석해 왔다. 즉, “신자유주의에 대한 국가의 역습”을 통해 국민이 행복해 질 수 있도록 하는 헌법적 근거로 해석해 왔다는 점이다.
▲ 박근혜정부가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과잉규제의 금지를 원칙으로 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 사법영역보다 공법영역, 공적 개입이 늘어날수록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사적 자치는 위협받게 된다. 국민의 행복은 사법의 영역이 확대돼야 가능하다. |
그러나 사실 헌법상 행복추구권은 이러한 해석과는 정반대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국민이 국가를 상대로 행복하게 만들어 달라는 요구할 수 있는 적극적 권리가 아니라 국민이 가능한한 국가의 개입없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소극적 권리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즉, 공법의 영역보다는 사법의 영역이 확대되어야 국민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삼현 숭실대교수(맨오른쪽)가 21일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사적 영역, 정치의 위협에서 어떻게 지킬까>세미나에서 패널로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
과도한 정부의 시장개입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의 위협
헌법재판소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정의함에 있어서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정의한 내용 중 사법(私法)과 관련된 부분은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라고 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90. 4. 2. 89헌가113; 2001. 9. 27. 2000헌마238; 1994. 4. 28. 89헌마221; 2005.10.27., 2003헌가3). 따라서 사법(私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위반의 판단기준을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헌법은 제23조와 제37조 제2항에서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 제119조 제1항에서는 사적자치를 근간으로 하는 경제질서의 기본원리를 규정하고 있으며, 제10조에서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 헌법 제23조, 제37조 제2항 및 경제질서의 기본원리를 규정한 헌법 제119조 제1항의 위반여부를 판단하면서 간접적으로 사법의 공법화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였다(헌법재판소 2001. 5. 31. 99헌가18, 99헌바71·111, 2000헌바51· 64·65·85, 2001헌바2).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사적 거래를 통제하는 입법 자체를 위헌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반사회성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행정규제를 가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과 평등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의 위헌적 판단을 하는 기준으로서 3가지를 제시하였는데 첫째, 공공의 복리를 달성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제한 입법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방법의 적정성). 둘째, 보다 덜 기본권 침해적 방법으로 공공복리를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려하지 않은 기본적 침해적 입법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피해의 최소성). 셋째, 자유시장 경제질서와, 사적자치의 원칙과 같은 헌법상의 기본적 가치들에 대한 희생을 무릅쓰면서까지 사적 자치를 제한해야 할 공공의 필요성이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적 자치를 통제하는 극단적 방법을 여전히 사용하는 것은 공공의 필요에 비하여 지나치게 사인의 재산권행사와 사적자치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법익의 균형성).
따라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 사적 자치의 제한은 설령 공공복리의 필요성이 존재하더라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위헌적 법률이라고 할 수 있다.
결어
대한민국 입법현실을 고려하여 볼 때에 사법의 영역은 전적으로 공법의 영역의 확대와 축소에 따라 좌우되는 현상을 보여 왔다. 즉, 사법은 항상 공법과의 관계에서 수동적 지위에 있어 왔다. 그러나 공권력의 지배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사법 영역은 축소되고, 사법 영역에 비해 공법 영역의 지배력이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전체주의나 권위주의 체제에 더욱 가까워지게 된다.
이는 헌법에서는 자유민주적 시장경제질서를 대한민국의 정체성으로 선언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공법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자 하는 입법부에 의하여 그 정체성이 훼손되고 있다. 이는 자칫하면, 대한민국이 전체주의나 권위주의 체제, 더 나아가서는 사회주의 체제에 더욱 근접해 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따라서 반사회성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공공성을 강조하여 일률적으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고, 이를 정당화시키기 위하여 사법의 영역을 축소시키고 공법의 영역을 확대하는 입법정책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기본원리로 규정한 우리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이 글은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이 22일 자유경제원 회의실에서 주최한 정치실패 연속토론회 <사적 영역, 정치의 위협에서 어떻게 지킬까>라는 세미나에서 전삼현 숭실대교수가 패널로 참석해 발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