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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시대' 대응 늦으면 '경제 깡통' 찬다

2014-09-23 09:44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박대식 국제경영원 전문위원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사회에 갓 진출한 대학졸업생을 기업현실에 적응하도록 제대로 교육시키려면 1.5년에서 2년 정도가 추가로 걸린다고 푸념한다. 대학의 교육시스템이 기업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경쟁을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해 기업의 내부경영을 수시로 변화시켜야 하지만 대학교육은 그렇지 못하다. 대학이나 넓게는 교육을 관장하는 거버넌스(governance) 시스템이 외부의 변화에 둔감하거나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기술변화와 관련하여 비슷한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드론(drone)이라고 불리는 무인항공기, 무인자동차(driverless car), 수술로봇 등 차세대기술을 활용한 첨단로봇의 상용화가 가속화되고 있는데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법제도는 걸음마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무인항공기의 경우 미국 연방항공청은 안전문제에 초점를 맞추고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드론이 테러집단의 강력한 살상무기로 악용될 우려도 걱정되지만 상용화될 경우 건물사이를 날아다니는 무인항공기가 빌딩이나 아파트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이미 아마존(Amazon)은 드론을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택배서비스처럼 활용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런 무인항공기에 카메라를 부착하면 일반 시민의 사생활 침해는 물론 일반 범죄에도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 우리나라 차세대 전략산업인 로봇산업이 선진국에서는 상용화 되고 있지만 국내서는 법제도조차 마련되지 못한 채 걸음마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버지니아주 노포크 해안에서 미 해군의 제트 전투기 규모의 드론 X-47B가 사상 처음으로 항모 부시 호에 착륙하는 데 성공하는 모습(위 사진)과 중국 3세대 스텔스 무인기 '리젠(利劍)'이 육상 활주 시험을 진행하는 모습.
무인자동차의 경우 핵심은 자동차에 접근하는 장애물을 회피할 수 있는 센서와 제동장치다. 미국 전문가들은 무인자동차가 자동차 사고를 줄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이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무인자동차의 전면에 사람이 끌지 않는 쇼핑카트와 신생아를 태운 유모차가 동시에 장애물로 등장할 때 과연 무인자동차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만약 무인자동차가 쇼핑카트를 피하기 위해 유모차의 신생아와 충돌한다면 이에 대한 사회적 반향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미국의 로봇전문가들은 미국이 로봇의 상용화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선 소위 연방 로봇위원회 (Federal Robotics Commission)의 설립을 주장한다. 최소한 로봇이 갖는 기술적 문제를 아는 전문가들이 관련 제도의 태동에 간여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소모적 논쟁으로 인해 기술발전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1920년대에 라디오의 발명으로 연방전파위원회가 탄생했고 (지금은 통신위원회로 개칭되었지만) 9.11사태로 국토안전부가 생긴 것을 들고 있다. 우리 사회도 많은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혹자는 이번 정부의 재임기간중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만들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앞날은 없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선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표면적으로는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한 구석에서는 미래에 대해서 끊임없이 논의하고 작지만 단단한 돌을 쌓아 올리고 있다. 로봇에 관한 논의가 그중 하나다.

우리나라도 차세대 전략산업의 하나로 로봇을 정한지 오래 전이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아젠다를 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얼마 전에도 세월호 관련 기사가 신문과 방송을 도배했었다. 이제 그런 기사보다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이슈들이 신문의 한 면을 장식할 때가 오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박대식 국제경영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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