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근 선문대교수 |
물론 CES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단말기에 초점이 맞추어진 반면 IBC는 제작 및 송출장비가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SONY가 12K UHD대형 스크린을 내놓고, NHK가 지난 월드컵 기간 동안 제작한 8K 콘텐츠를 과시하는 등 UHD TV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느낌이었다. 반면에 이미 선보였던 ‘곡면(curved) UHD TV’를 삼성이나 홈 게이트웨이로서 UHD TV를 선보인 LG는 다분히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
이와 더불어 UHD TV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는 중국의 약진도 무시할 수 없었다. 기존의 저가의 가격 경쟁력 뿐만 아니라 급속한 기술발달 속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UHD 편집과 송출기술에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을 곧 추격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머지않아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UHD 공세에 나선다면 그 동안 글로벌 TV시장을 지배해왔던 한국의 위상도 곧 위태로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 기간 중에 국내 소식 하나를 접할 수 있었다. 위성방송 skylife가 3D 전용채널을 접고, UHD 전용채널을 실시하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3DTV가 방송시장에서 실패한 기술로 인식되고 있었고 이미 퇴출 상태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니 이명박 정부가 3DTV를 핵심방송정책으로 설정하고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부을 때부터 많은 방송학자나 전문가들은 현실을 모르는 무모한 정책이라고 비판했었다.
▲ 정부와 가전사들이 주도하는 UHD TV 보급정책은 시청자나 방송사업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단말기 제조사들만을 위한 정책으로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붓고 포말같이 사라진 3DTV의 몰락을 되풀이 할 수도 잇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그런데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붓고 포말같이 사라진 3DTV의 몰락이 결코 과거만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 정부가 창조경제의 한 축으로 내세우고 있는 UHD TV 때문이다. 마치 이명박 정부의 3DTV가 박근혜정부에 와서 UHD TV로 이름만 바뀐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3DTV와 달리 UHD TV는 시청자들에 고도의 시청노력을 요구하기 않으면서 고품질의 콘텐츠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대중화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어쩌면 UHD TV는 장기적으로 미래의 TV모델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고품질의 콘텐츠를 단기간에 안정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솔직히 최근 방송산업은 급증하는 제작단가에 비해 단일 채널이나 프로그램의 시청점유율은 줄어듦으로 인해 ‘블루 오션’에서 ‘레드 오션’으로 이전하고 있는 산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보다 훨씬 큰 비용을 요구하는 콘텐츠생산이 이루어질까는 심히 의문이다. 더구나 우리 방송시장은 저가 고착화되어 열악함이 극도에 달해 있는 상태다.
이러한 상태에서 정부와 가전사들이 주도하는 UHD TV 보급정책은 시청자나 방송사업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단말기 제조사들만을 위한 정책이 될 수도 있다. 또한 3DTV 도입 초기 제작 장비 도입을 위해 일본 전자회사들에게 몇배의 웃돈을 얻어주면서 경쟁에 열을 올렸던 모습이 UHD TV에서 재현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처럼 온통 UHD가 주도하는 전시장 한구석에 3D UHD 기술을 내놓은 우리 국책연구소의 부스를 보면서, 이게 혹시 지난 3DTV 정책의 잔해가 아닌가 생각하니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황근 선문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