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자체적으로 제시한 북미 협상 ‘연말 시한’이 채 한달도 안 남았지만 북미 대화는 두달 째 멈춰 있고, 북한은 최근까지 신형무기 시험발사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북미 협상의 연말 시한을 못 박았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며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오라고 요구했다.
이후 북한은 5월부터 군사 행보를 재개, 그 달에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을 발사하고 이어 7월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8월 ‘북한판 에이태킴스’인 전술 지대지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데 이어 10월2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쏘았다.
불과 3일 후인 10월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미 간 실무회담이 열렸지만 마치 계산된 것처럼 또다시 ‘노딜’을 기록했고, 북한은 비난 성명만 발표한 채 떠났다.
북한은 8월부터 10~11월에 걸쳐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하는 등 올해 8개월 동안 13차례 무력 도발을 감행했다.
그동안 한미는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차 북미정상회담 공개적으로 구애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대화 국면에서 발을 빼겠다는 신호가 더 많은 상황이다.
최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최선희 외무성 1부상을 카운터파트로 지목한 일도 있지만 최 부상은 22일 모스크바에서 취재진 앞에서 “협상 대표는 각기 그 나라에서 지명하는 것”이라고 선을 긋고, “우리의 대미 신뢰 조치에 받은 것은 배신감뿐”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월1일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이 ‘새로운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으로 북한이 조만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한반도 시계가 거꾸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북한은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로 서해 NLL 인근 창린도에서 해안포 사격을 진행해 사실상 9.19 군사합의를 어긴데 이어 연이어 초대형 방사포 시험발사로 남북 간 대립 구도를 가시화하고 있다.
북한은 또 초대형 방사포를 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한 일본 아베 총리에게 “희대의 정치 난쟁이”라고 강력 비난하며 “진짜 탄도미사일을 조만간 가까이서 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북한이 전국 수십 곳에 ICBM 발사가 가능한 발사장을 증설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와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지난 방미 때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 자리에서 밝힌 것처럼 하노이회담 때 미국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면제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했다.
당시에도 북한은 영변 핵시설 해체 대가로 유엔 제재를 해제하라고 요구했으며, 지금까지도 북한은 자신들이 핵실험 동결을 선행한 데 대한 상응조치로 체제보장과 경제발전을 내세워 대북제재를 일부라도 해제하는 성의를 보이라고 외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완고한 임장과 미국의 복잡한 국내정치 사정을 고려할 때 연말 내 북미 협상 재개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2일 나왔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세종연구소가 사전 배포한 정세 보고서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2020년 1월1일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길’을 구체화할 것”이라며 “2020년 11월 3일 미국 대선까지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며 남북 및 북미 대화의 단절을 선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기획본부장도 같은 보고서에서 “2020년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가장 낮은 시나리오”라며 “북한의 새로운 길 선택과 남북관계 악화가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조성렬 자문연구위원은 “북미 모두 이번 기회를 놓치면 외교적 방식으로 한반도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연내 2차 실무회담 개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북한이 협상에 응한다면 실무회담에서 ‘미니딜’이 가능하고, 내년초 3차 북미정상회담 성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은 몇차례 실무회담을 개최해 양측간 신뢰를 쌓은 뒤 3차 북미정상회담을 열어 실질적인 타결을 이끌어낸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북한은 사전에 신뢰 조치를 얻어낸 뒤 이를 기반으로 실무회담을 열고 3차 북미정상회담을 열겠다는 입장이었다. 북미 간 전략이 엇갈리는 상화에서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