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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발 노조 '쩐의 전쟁'…현대·기아차만 '속앓이'

2019-12-19 11:27 | 김태우 차장 | ghost0149@mediapen.com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법원의 통상임금 판결로 시작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이 자동차 산업이 위기 임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 레이스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지붕 두가족'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완성차 업체인 양사가 서로의 임금협상조건을 지렛대 삼아 요구조건을 높여가고 있고 회사는 이런 의견을 받아들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통상임금판결로 시작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노사관계에 힘의 불균형이 자동차 산업의 위기 속에 임금인상 레이스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기아차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지난 18일 국내 전 사업장 자동차 제조, 정비 및 판매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생산중단분야 매출액은 32조원 규모로, 최근 매출액 대비 58.91% 규모다. 

기아차 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조는 18일 주간조와 야간조 2시간씩 파업하고 특근과 잔업을 거부하기로 했다. 19일에는 4시간씩 파업한다. 기아차 노조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잠정합의안 부결에 따른 것이다.  

지난 13일 기아차 전체 조합원 2만93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43.9%인 1만1864명이 찬성하고, 1만5159명은 반대했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10일 16차 본교섭에서 △기본급 4만원(호봉승급 포함) 인상 △성과 및 격려금 150%+320만원(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포함) 등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기본급 4만원 인상과 성과 및 격려금은 앞서 타결한 현대차와 동일한 수준이지만, 기아차 노조는 이 보다 더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완성차업체들이 제시한 '임금 동결'이나 '소액의 격려금 지급'에 비하면 매우 '따뜻한' 조건이다. 하지만 기아차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결국 파업에 들어갔다.

기아차는 그동안 임단협이나 임협 관련 노사 분쟁 이슈에서 비교적 얌전한 편에 속했다. 노조가 회사에 협조를 잘 해줘서라기보다 형제 회사격인 현대차의 교섭 결과를 동일하게 적용해온 관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에서 동일한 업종을 꾸려나가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 근로자들이 서로 "다른 쪽 보다 적게 받을 순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회사 측에서도 이를 맞춰주다 보니 매년 현대차 노사가 진통 끝에 교섭을 타결하면 기아차 노사는 동일하거나 비슷한 조건으로 임단협을 타결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런 순차적인 임단협 행보가 변화를 보인 것은 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에서 양사의 다른 판결을 내리면서부터 시작됐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고 양사 근로자들이 법원에 제기한 동일한 내용의 소송에서 기아차는 근로자 측이 2심까지 승소했고 현대차는 사측이 2심까지 승소했다. 같은 사안으로 정반대의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양사의 다른 판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15일 미만 근무자에 대한 상여금 지급 제외'라는 단 한 줄짜리 상여금 세칙의 유무였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판결에서 패소한 뒤 지난 3월 노조와 합의를 통해 근속연수별로 400만~800만원의 통상임금 미지급분을 지급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노조 압박에 떠밀려 통상임금 미지급분을 지급할 의무가 없음에도 비슷한 금액을 지급했다. 

지난 9월 임단협이 타결된 현대차 합의안에는 200만~600만원의 일시금 및 우리사주 15주 지급 조건이 포함돼 있었다. 표면상으로는 '미래임금 경쟁력 및 법적안정성확보 격려금'이라는 명목을 내세웠다. 

내년 자동차 시장은 내수에서 개소세 인하 종료가 예고되며 소비절벽이 예고돼 있다. 글로벌 시장의 위축도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하지만 '기아차 통상임금 합의내용과 동일한 조건'을 요구한 노조의 목소리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결국 기아차의 잠정합의안 부결로 이어졌다. '기본급 4만원 인상, 성과 및 격려금 150%+320만원 지급'까지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동일한 조건이지만, 현대차에 추가된 '200만~600만원+15주 지급'을 두고 기아차 조합원들이 반발하면서 노사 합의가 뒤집어졌다.

기아차가 파업을 견디다 못해 일시금이 추가된 제시안을 내놓을 경우 다음번에는 현대차가 내년 교섭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매번 노조는 상대측 결과물을 지렛대 삼아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하고 사측은 파업에 시달리다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내년 자동차 시장은 내수에서 개소세 인하 종료가 예고되며 소비절벽이 예고돼 있다. 글로벌 시장의 위축도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더욱이 업계가 내연기관에서 전동화가 추진되며 공정의 간소화와 자동화가 진행되며 인력의 축소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긴축정책과 함께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도 기아차의 경우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했다. 앞서 출시한 K7프리미어가 흥행가도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3세대 신형 K5가 세단의 부흥기를 이끌 견인차 역할로 꼽히고 있다. 

주문물량이 밀려들고 있어 공장의 풀케파를 돌려도 수요를 감당하기에 부족한 상황이다. 파업을 할 상황이 아니라 노사가 힘을 합쳐 시장의 수요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절호의 찬스를 노조는 이미 높은 임금을 더 올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 한 줄짜리 규정을 근거로 확연히 갈린 법원의 통상임금 판결과 그 판결마저도 무력하게 만들어버린 노조의 절대권력이다"며 "노조가 파업으로 공장을 멈추면 회사가 고스란히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노동환경이 자동차산업 위기를 부축이고 있는 결과다"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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