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강성노조의 대표로 꼽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국내 완성차 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금속노조 산하의 기아자동차와 한국지엠이 올해 임금단체협약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해를 넘긴 상황이고 금속노조출신의 노조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노조원들의 공감대도 얻지 못하며 공신력만 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30일 오후 중구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복직 유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쌍용자동차
더욱이 최근에는 이상적인 노사관계의 모범사례로 꼽히며 경영정상화를 위해 강력한 긴축정책을 통한 자구안을 마련한 쌍용자동차의 금속노조 지부원들이 복직문제로 들고 일어나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들은 암울한 전망이 예고된 완성차 시장에서 더 높은 임금을 받겠다며 국민 여론도 동조하지 못하고 있는 집단행동을 보이고 있다.
1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와 르노삼성은 2019년 임단협 부결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해 12월18일 4시간씩, 지난해 12월19일 8시간씩 파업해 3896대 생산차질을 빚었다. 같은달 24일에도 8시간씩 파업했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해 12월10일 16차 본교섭에서 △기본급 4만원(호봉승급 포함) 인상△성과 및 격려금 150%+320만원(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포함) 등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부결됐다.
기본급 4만원 인상과 성과 및 격려금은 앞서 타결한 현대자동차와 동일한 수준이지만, 기아차 노조는 이 보다 더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20일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한 르노삼성 노조는 낮은 파업 참여율에도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전일 부산공장 생산근로자 중심의 노조원 1727명 중 531명이 출근하지 않아 파업 참가율은 30.1%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파업 첫날 파업 참여율은 41%였으나 24일 37.4%로 감소세다.
르노삼성 노사는 기본급을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노조는 기본급 12만원을 올려달라고 하고, 사측은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연말 고객 수요 대응을 위해 지난 토일 주말 특근을 시행하는 등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들 중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공장을 가동 중"이라며 "지속적으로 조업에 참여하는 인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노조도 지난 9월 전면 및 부분 파업에 돌입하며 사측을 압박했다. 사측은 최근 5년간 누적적자가 4조원에 달한다는 등 이유로 노조의 요구를 거부했다.
노조는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등을 제시해왔다. 노조는 이달 초 강성 성향의 김성갑 후보를 새 노조위원장으로 뽑았다.
한국지엠은 내년이 경영 정상화의 원년으로 보고, 준중형 SUV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에 대한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트레일블레이저를 부평공장에서 생산해 내수 판매와 수출할 방침이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도 지난해 12월30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복직)자들에 대한 휴직 연장은 당사자 동의 없이 진행된 일방적 처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해고자 복직 문제는 '노노사정' 4자 교섭을 통해서만 새롭게 합의할 수 있다"면서 "재휴직 내용이 담긴 회사와 기업노조 간 합의서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실적 악화로 강도 높은 자구안을 발표한 쌍용자동차지만 이런 문제들은 안중에도 없는 눈치다.
기존 직원들의 상여금을 반납하고 복지를 축소하고 안식년제 시행을 통해 실질 근무인력을 축소하는 마당에 지난해 7월 복직된 옛 해고자들이 현장 배치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강도 높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쌍용차 직원 신분으로 휴직 기간동안 통상임금의 70%를 지급받게 된다. 어려운 회사사정에도 직원들을 챙기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회사의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권리만을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성노조의 대표로 꼽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국내 완성차 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집단행동에 바탕에는 금속노조가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더욱이 시장상황이 좋을 때 이 같은 단체행동을 보여줬다면 국민 모두의 여론이 이들을 지지했을 상황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수출에 의존도가 높은 국내 완성차 산업의 특성상 내년 경기 역시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국내 완성차 업계는 올해 다양한 신차를 대거 쏟아낼 전망이다.
이런 완성차 업계의 노력에도 내년도 내수시장의 성장전망은 1.2%에 불과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권리만을 주장하는 것은 일터와 일자리 모두를 고사시키려는 행위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과거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던 노조가 현재는 공감대 형성도 못하고 있다. 심지어 노조원들 역시 이 같은 노조 집행부의 집단행동에 불참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현재의 회사규모를 생각하고 '좀 더'를 외치기 보다 미래경쟁력을 확보한 뒤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해야 될 상황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당장의 이익을 바라고 있는 노조의 모습은 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며 "비상경영체제를 발동시켜도 모자랄 판에 고입금을 목소리 높이는 것은 자동차 산업을 망가트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