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선박 연료유의 황함유량 0.5% 이하로 규제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시작된 가운데 조선업계와 정유업계가 선주들의 '주판'을 주목하고 있다.
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번 규제로 인해 일일 선박용 고유황유 사용량이 35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200만배럴이 저유황유 또는 선박용 경유로 대체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울산 CLX 내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를 조성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일일 4만배럴의 저유황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고도화설비 일부에 신기술이 적용된 'VLSFO생산공정'을 통해 초저유황선박유를 생산한다.
에쓰오일은 잔사유고도화시설(RUC) 상업가동 이후 중질유 생산 비중을 4%대로 낮췄으며, 등·경유 제품군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경질원유인 머반원유 선물거래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고유황유를 저유황중유로 대체하면 황산화물 배출량이 톤당 34.5kg에서 3.5kg로 줄게 된다는 점에 이같은 행보는 환경에도 도움을 주며, 스크러버 설치 지연에 따른 저유황유 공급 부족은 가격을 높여 업체들의 수익성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정유부문 영업이익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단가가 낮은 고유황유 판매 비중이 줄어들고 윤활기유의 원료값이 인하되는 점도 실적 개선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는 선주들이 LNG추진선 발주를 늘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NG추진선은 황산화물을 비롯한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다는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IMO2020에 대응할 옵션으로 거론돼 왔으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도 2025년 글로벌 선박 발주액의 60.3%(1085억원) 가량을 LNG추진선이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을 내놓았다.
정부도 LNG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선박 개발·보급을 촉진하는 시행령 제정안을 의결하는 등 지원책 마련에 나섰으며, 해양수산부도 2030년까지 소속 선박 140척을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LNG추진선은 다른 선종과 달리 중국 등 경쟁국의 추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야로, 국내 조선소들은 기술력 뿐만 아니라 납기일 준수 등에서 우위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18만톤급 LNG추진선 연료탱크에 포스코의 '9% 니켈강'을 적용하는 등 소재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앞서 현대미포조선도 LNG 이중연료 추진선에 포스코의 고망간강이 들어간 연료탱크를 탑재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LNG를 연료로 쓰는 30만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VLCC)를 개발하는데 성공했으며, 대우조선해양도 250여건의 LNG추진선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유황유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인상은 선주들로 하여금 부담을 느끼도록 만들어 LNG 추진선을 선택하도록 할 수 있다"면서도 "각국이 추진 중인 에너지전환 정책 등으로 LNG가 비싸진다면 반대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