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의 공습으로 이란 군부 실세인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사망한지 5일만인 8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
이란은 이날 오전1시30분쯤 공격을 단행하고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을 숨지게 한 미국에 보복작전이라고 발표하면서 강력한 보복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동지역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선 정부의 호르무즈 파병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달만 해도 정부는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호르무즈 파병 방침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이 주 임무지역인 청해부대 소속 강감찬함이 오는 2월 왕건함과 임무를 교대하면서 주 임무지역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변경할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새 부대의 해외 파병이 아닌 기존 부대의 작전지역 변경은 별도의 국회 동의 절차 없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NSC 회의가 열리는 등 호르무즈 파병 여부에 대한 신중한 입장이 감지됐다. 정의용 실장은 이튿날인 7일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 8일 한미일 안보 고위급협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머리를 맞댄 자리에서 북한 문제를 포함해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 등 중동에서의 군사협력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KBS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군의 호르무즈 파병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해리스 대사는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며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해군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4천400t)이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우리 선박들을 수호하기 위해 13일 오후 해군 부산작전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은 지난해 7월 60여개 국가 외교관에 호르무즈 해협 연합체 구성 설명회를 열었다. 하지만 아직 영국 등 극히 일부국가만 호응한 상황에서 해리스 대사의 발언은 정부의 고심을 깊게 만들고 있다.
당초 호르무즈 파병은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이 고조되면서 동맹국의 기여도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파병을 적극 검토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호르무즈 파병은 이란에 대한 선전포고가 되는 셈이어서 외교적으로 손실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아라비아 반도 사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 전 세계 원유 소송량의 30%가 지나는 요충지이다. 과거부터 이란은 핵협상 등 국제사회와 갈등을 빚을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의 파병 요청은 지난해 5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들이 잇단 공격을 받자 미국이 배후로 이란을 지목, 안전한 항행을 명분으로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했다. 미국은 우리정부에도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참여할 것을 요구한 상태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 원유소송선의 70~80%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고 있어 이란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중동 지역에 체류 중인 국민안전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이라크에는 건설 근로자 등 한국인 1600여명이 체류하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5일 조세영 제1차관 주관으로 유관 실·국 간부들로 구성된 대책반을 출범하고, 1차 대책 회의를 진행했다. 대책반은 해외안전지킴센터를 중심으로 본부와 공관간 24시간 긴급 상황대응체제를 지키기로 했다.
방미한 정의용 실장은 한미일 3국 협의를 마친 뒤 9일 귀국할 예정이다. 미국의 파병 요청이 노골화될 경우 정부는 동맹 관계를 고려해 파병해야겠지만 이란과는 외교는 물론 민간교류까지 흔들릴 수 있다. 동맹이냐 외교냐를 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