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입국 제한을 중국 후베이성 이외 지역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했다가 ‘현행 유지’ 쪽으로 급선회해 9일 결정했다.
정부는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신종 코로나 대응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 국내 유입을 추가로 차단하는 대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중국 내 다른 위험지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도 상황에 따라 추가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대책회의를 통해 신종 코로나가 처음 발생한 우한이 포함된 중국 후베이성 이외에 감염증 발병률이 높은 광둥성, 저장성 허난성 등 지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에 대해서도 입국 제한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회의 종료 뒤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추가 입국 제한 조치는 없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중국 내 위험지역에 대한) 추가 입국 제한 가능성을 여러 측면에서 검토했지만, 현재 국내 상황이 잘 관리되고 있고, 후베이성 발 입국금지 후 지난 1주일간 한국에 들어오는 중국인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등 입국자가 줄고 있기에 상황이 급변하기 전까지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어 “뭔가 새로운 추가 입국 금지조치가 없더라도 우리가 거두고자 했던 입국 제한이나 입국자 축소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다수 회의 참석자들의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입국제한 조치 발표 이후 5일부터 5일동안 하루 1만3000명에서 5200명(8일 기준)으로 약 60%가 줄어들고 있다”며 “역학조사에서 접촉자를 놓치지 않도록 접촉자 기준을 확대하고 모든 접촉자를 자가격리하도록 격리 대상도 확대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월 4일 자정을 기점으로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하거나 체류한 모든 외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 이후 8일까지 5일간 중국 현지에서 입국을 요청했으나 후베이성 발급 여권 소지 등의 이유로 입국이 차단된 사례는 499명이었다.
법무부는 4일부터 중국에서 출발한 모든 내외국인에 대해 특별입국 절차를 마련, 중국 전용 입국장에서 발열 체크, 후베이성 방문 여부 조사, 연락처 확인 등의 특별입국절차를 하고 있다.
정부 전세기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우한 교민과 유학생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의심 증상을 보인 탑승객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도착해 장갑을 끼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중국 춘절 연휴가 끝나면서 10일부터 중국 내 대규모 인구이동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내 위험지역에 대한 추가 입국 제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9일 국내 추가 확진된 사례가 후베이성이 아닌 광둥성을 방문하고 귀국한 아들‧며느리로 인한 2차감염자라는 사실이 이런 요구를 뒷받침한다. 국내 25번 환자(73세 여자, 한국인)는 지난해 11월부터 1월 31일까지 중국 광둥성을 방문하고 귀국한 26번(51세 남자, 한국인)과 27번(37세 여자, 중국인) 환자와 함께 거주하던 중이었다.
광둥성은 중국 내에서 후베이성 다음으로 가장 많은 신종코로나 확진 환자가 발생한 곳으로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통계 기준으로 1131명을 기록, 한국의 40배가 넘는다. 광둥성 외에도 중국에서 1000명의 확진자를 넘긴 지역은 저장성 1075명, 허난성 1033명이다.
의료계에서도 입국금지 범위를 후베이성이 아닌 중국 전역으로 넓혀야 한다는 주장은 여러 차례 나왔다. 대한감염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는 지난 2일 내놓은 대정부 권고안에서 “후베이성 외의 중국 지역에서 신종코로나가 발생하는 사례가 40%를 차지해 후베이성 제한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전병율 전 질병본부장(차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은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후베이성 이외의 지역의 입국 제한 조치의 필요성에 대해 “가령 광둥성의 환자가 1131명이라는 것은 광둥성 안에서 자체적으로 환자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전병율 교수는 “지금은 후베이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전체가 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들이 넘쳐난다고 봐야 한다”며 “지금 하루에 5000명 정도의 중국인들이 입국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도 곧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환자들이 계속해서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중국 전역을 다 입국 제한하기는 어렵다고 한다면 특히 환자 발생이 많은 지역들을 적어도 5~10개 정도 범위에서 입국 제한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