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내수경기 위축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한국은행이 내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4월로 예정된 금통위에서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었다.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유동성의 함정’에 빠질 우려와 함께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확진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등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인하를 더 늦출 경우 통화정책 실기논란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27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를 열고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 인하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선 현재 1.25% 수준인 기준금리가 1.00%로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초 ‘2월 동결 후 4월 인하’에 무게를 뒀던 경제전문가들 역시 한은이 정책방향을 선회해 이달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2월 동결’에 무게가 실렸던 이유는 금리가 인하되더라도 투자와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과 현재 연 1.25%의 역대 최저치인 기준금리가 부담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리를 더 내릴 경우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금리인하에 걸림돌로 지적됐다.
지난 14일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나온 “성장률 및 금리인하 단계는 아직 아니다” “통화정책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경제수장들의 발언 등도 시장에선 2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듯했던 코로나 확진자수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수직상승하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한 듯 ‘비상경제 시국’ ‘특단의 대책’ 등의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이 나오면서 한은도 이에 대한 통화정책을 고려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과거 사스나 메르스 등 감염병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경기부양을 위해 한은이 금리를 내린 선례가 있다. 한은은 사스가 발생한 지난 2003년 5월 당시 기준금리를 4.25%에서 4.0%로 조정했다. 또 메르스가 발생한 2015년 6월에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내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8%포인트에서 최대 1.7%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선 당초 한은이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경제지표 등을 참고해 4월에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면서 “하지만 코로나 사태의 심각해지면서 경제상황 역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통화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인하를 더 늦출 경우 ‘실기론’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